가해자의 ‘위압’… 아베, ‘위안부 졸속 합의’ 무기로 서울·부산 소녀상 철거 주장

입력 2017-01-08 18:18 수정 2017-01-08 21:28

주한 일본총영사관 소녀상 설치와 관련해 일본의 일방적 여론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총리까지 나서서 ‘국가 신용’ 운운하며 이번 사안을 국제적으로 부각시키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우방인 한국이 국정공백 상황에 놓여 있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야비한 외교전’이라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8일 NHK방송 ‘일요 토론’에 출연해 2015년 12월 28일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일본은 성실히 이행한 반면 한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의 한·일 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라며 “일본은 성실히 의무를 수행해 10억엔(103억원)을 이미 출연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이 확실히 성의를 보여야 하며 정권이 바뀌어도 합의를 실행해야 한다. 국가의 신용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부산총영사관 소녀상과 함께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도 철거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답했다. 이 프로그램은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 부산총영사의 일시귀국 조치가 발표된 6일 녹화됐다. 아베 총리는 당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소녀상 문제를 거론하며 외교전을 펼쳤었다.

일본 외무성은 나가미네 대사와 모리모토 총영사가 9일 귀임한다고 발표했다. 교도통신은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때는 무토 마사토시 주한대사가 본국에 일시 귀국한 뒤 12일 후 돌아갔지만 이번에 나가미네 대사와 모리모토 총영사는 1주일 정도 머물 것 같다”고 전망했다.

우리 야당들은 아베 총리의 NHK 출연 발언에 “치졸한 내정간섭”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우리 땅에 소녀상 하나를 세우건 1000개를 세우건 그건 우리의 일”이라며 “일본이 왈가왈부할 문제도 아니고 미국에 호소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고 지적했다. 고연호 국민의당 대변인도 “아베 총리의 행태는 우리나라가 내우를 겪는 틈에 외환까지 곁들이려는 수작”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6일자(현지시간) 사설에서 “한·일은 북한과 중국에 맞서는 미국의 동맹”이라며 “위안부 합의가 무너지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는 인식이 한·일 양국과 미국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