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의 신년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색채’가 빠지고 있다. 창조경제를 비롯해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수단으로 전용된 정황이 드러난 주요 국정기조가 잇따라 폐기되고 있다.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되면서 거취가 불분명해진 박근혜 대통령과 선긋기에 나선 모습이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작년 초 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업무계획에서 “창조경제·문화융성을 통한 성장동력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창조경제를 통한 신산업 육성을 위해 지역전략산업 대상 규제프리존을 도입하고, 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에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보고했다. 또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 완료를 두고는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혁신성과’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지난 5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받은 기재부 업무보고에는 ‘창조경제’ 단어가 아예 빠져 있다. 기재부의 창조경제 국정기조 폐기는 지난 연말 발표된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이미 예고된 바 있다. 6개월 전 2016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때만 해도 창조경제는 보고서의 한 페이지를 차지했다. 올해 경제정책방향에는 4차 산업혁명 추진을 위한 디딤돌 정도로 창조경제가 간략하게 언급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6일 새해 업무보고에는 창조경제와 함께 박근혜정부의 중요 국정기조였던 ‘문화융성’이 삭제됐다. 다만 창조경제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해 현 정부가 출범시킨 미래창조과학부만 “창조경제 성과를 확산시키겠다”고 보고했다.
이밖에 올해 정부 업무보고에선 경제외교 기조의 변화도 확인된다. 지난해 7월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결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과 중국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된 작년 초 기재부 업무보고에는 중국이 중요하게 거론됐다. 기재부는 ‘수출 총력 지원’의 첫 번째 방안으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에 대한 정보·교육·컨설팅 집중 지원 및 주요 비관세 장벽 해소 주력 등 굵직한 정책방향을 담았다.
하지만 올해 기재부 업무보고에 중국은 “한·중 경제장관회의, 한·중 FTA 이행위원회, 세계무역기구(WTO) 등 양·다자 협의체를 활용해 중국과의 경제현안에 대응할 것”이라고 짤막하게 등장한다. 심지어 “미국 신정부와 호혜적 경제·통상 관계를 조속히 정립하겠다”는 대목의 뒷부분에 부연설명 성격으로 나온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기획] 박근혜 색깔 빼기 나선 정부 부처
입력 2017-01-09 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