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쪼그라드는 가계소득 늘리는데 기업이 나서야

입력 2017-01-08 18:45 수정 2017-01-08 18:46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3분기 맞벌이를 제외한 외벌이 가구 소득이 사상 처음으로 3분기 연속 감소하고 40대 가구 소득마저 줄었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외벌이 가구는 전체 가구의 62%를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주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된 2009년 3분기를 제외하면 소득이 줄어든 적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소득이 감소하는 가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20대 후반에 직장생활을 시작해 평균 53세에 퇴직하는 한국인의 라이프 사이클을 감안하면 40대 가구는 소득이 가장 안정적인 연령대다. 이런 계층의 소득마저 쪼그라들고 있는 것은 경제를 이끌어가는 삼두마차 중 한 축인 가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계소득이 감소한 것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선 영향이 크다.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이 줄다보니 가계가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7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94.2로 소비절벽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계소득 감소→내수 부진→기업생산·투자 위축의 악순환이 고착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재정을 쏟아붓고 금리를 내리는 정책은 한계에 봉착했다. 미래 세대에 짐이 되는 공공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마냥 국고를 축낼 수도 없을 뿐더러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고된 터에 우리만 거꾸로 금리를 내릴 수도 없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 취임 후 재정확대, 금융완화, 구조개혁의 3개 화살을 쏘고 기업들이 임금 인상과 설비투자로 화답하면서 소비 부진의 수렁에서 탈출을 시도했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고환율과 법인세 인하로 승자독식의 혜택을 누리고도 투자와 고용에 인색했다.

기업이 선순환의 물꼬를 터줘야 할 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보다 49.84% 증가한 9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3년 만에 최대 실적이다. 1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550조원을 넘었고 유보율은 사상 최대인 4000%를 넘고 있다. 기업들이 여윳돈을 투자와 고용으로 돌려 정부가 길어올린 마중물이 계속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