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말하던 기업들이 일상과 감성에 호소하기 시작했다. 50주년을 맞은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는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고, 일상을 더욱 편하게 해주는 제품들이 쏟아졌다. 8일(현지시간) 폐막한 CES에는 세계 각국 3800여개 기업과 관람객 18만명이 다녀갔다.
도요타 전시장에는 한 편의 영화 같은 소개 영상이 상영됐다. 어릴 적 딸과 친구처럼 지내던 아빠는 어느새 생긴 거리감에 어색해한다. 이를 알아챈 인공지능(AI) 자동차 ‘유이(愛i)'는 아빠의 기분이 나아지는 음악을 틀어주고, “당신은 최고의 아빠”라며 위로해준다. 이어 유이는 아빠와 대화한 내용을 녹화해 딸에게 보여준다. 덕분에 다시 가까워진 아빠와 딸의 웃는 모습으로 영상은 마무리된다. 언젠가 꿈꾸는 인공지능 시대의 청사진이다. 닛산의 자율주행 콘셉트카는 자율주행 모드에서 운전대가 차체로 들어가고 좌석은 뒤로 젖혀져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가전제품에선 TV 설치 시 불편함과 지저분한 케이블 문제를 해결했다. 삼성전자의 QLED TV는 설치 시간이 기존 약 45분에서 15분 정도로 대폭 단축됐다. 주변 기기를 투명 케이블로 연결해 TV 주변에 엉켜 있던 기기들과 연결선들도 눈에 띄지 않도록 했다. LG전자의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W는 마그네틱을 이용해 벽에 붙일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화질이 중요하지만 올해는 기업들이 생활환경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TV 디자인뿐 아니라 제품 설치와 사용 시까지의 다양한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람의 목소리뿐 아니라 감정을 분석해 대화까지 가능한 인공지능 기기들은 이미 대세가 됐다. AI 스피커는 아이를 돌보는 역할까지도 자처했다. LG전자의 가정용 허브 로봇은 사용자의 명령을 수행할 뿐 아니라 상황에 맞는 조언도 해준다. 즐거움, 슬픔 등 다양한 범위의 감정을 표현하고, 짧은 질문에 고개를 젓는 등 사용자와 간단한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얼굴 인식으로 결제를 하는 ‘스마일 투 페이’와 VR(가상현실) 기기 착용 후 시선을 맞추면 결제가 되는 ‘VR 투 페이’를 선보였다.
따로 스마트 기기를 착용하지 않아도 사용자의 상태를 체크하는 똑똑한 의류도 있다. 스포츠웨어 업체 언더아머는 사용자의 운동 기록을 실시간으로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운동화를 선보였다. 숙면을 도와주는 잠옷에도 IT 기술이 접목됐다. 원적외선을 이용해 사용자가 잠옷을 입고 쉬는 동안 체력을 회복하는 것을 돕는다.
아날로그를 강조한 제품들도 전시장 곳곳을 채웠다.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 C랩에서 출발한 ‘망고슬래브’는 스마트폰에 적은 메모를 포스트잇 형태로 인쇄하는 기기 ‘네모닉’을 내놨다. 폴라로이드는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곧바로 출력할 수 있는 ‘폴라로이드 팝’을 출시했다. 폴라로이드 측은 “디자인과 기능을 과거의 향수와 완벽하게 조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라스베이거스=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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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7 결산] 제품과 사람 ‘일상·감성 교감’ 비전 내놨다
입력 2017-01-08 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