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분노한 연극인들 광화문광장에 ‘블랙텐트 극장’ 세웠다

입력 2017-01-08 18:46

박근혜정부에서 검열과 블랙리스트로 공공극장에서 제외됐던 연극인들이 광화문광장에 직접 극장을 만들었다(사진).

극단 고래의 이해성 대표 등 연극인들은 새해 첫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7일 이순신장군 동상 뒤편에 폭 8m, 길이 18m, 높이 5.5m가량의 텐트극장을 세웠다. ‘광장극장 블랙텐트’로 이름붙인 이 극장은 광장을 찾는 시민과 함께하는 임시 공공극장을 표방하며, 박근혜정부가 퇴진할 때까지 운영된다.

블랙텐트 측은 이날 “박근혜정부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를 근거로 현장 예술인들에게 지원금 배제 등 각종 불이익을 줬다”면서 “블랙리스트 작성과 예술 검열로 인한 배제는 단지 예술가들의 피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정견 표현에 대한 억압은 민주주의 정치 질서의 기반을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정부에서 연극인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극장을 빼앗겼다. 그리고 우리의 공공극장에서 동시대 고통 받는 목소리들은 사라졌다”면서 “광장극장 블랙텐트는 세월호 희생자,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각종 국가범죄 피해자들, 해고 노동자를 비롯해 자본에 박해받은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광장극장 블랙텐트는 10일 개관식과 13일 개관기념공연을 가진 뒤 16일부터 정식 공연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까지 예정된 공연으로는 16∼20일 위안부 할머니들을 다룬 연극 ‘빨간 시’를 시작으로 23∼24일 세월호 유가족으로 이뤄진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그와 그녀의 옷장’, 31일∼2월 3일 검열을 다룬 연극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 등이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