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명덕외고와 연세대 의대를 나온 수재였다. 2016년 4월부터 경기도 포천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했다. 어디 내놔도 손색없던 스물아홉 살 아들이 지난달 14일 불의의 사고를 당해 뇌출혈로 쓰러졌다. 중환자실로 옮겼지만 20일 넘게 뇌파가 나오지 않았다. 2017년 새해를 맞은 아들은 이 땅에 딱 3일만 머물렀다. 그리고 새 생명이 필요한 이들에게 자신의 장기를 나누고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6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이득희(60) 서울 수정성결교회 장로와 임소연(56) 권사를 만났다. 눈물이 마른 듯 했다. 영정 사진 속엔 정복차림의 아들 이용민 중위가 있었다.
장기기증은 아들을 배 아파 낳은 어머니가 먼저 제안했다. 임 권사는 “용민이가 사람을 살리는 의사였는데, 살아서 환자를 못 살린다면 자신의 몸을 불살라 다른 사람을 살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면서 “2016년만 넘길 수 있다면 온전히 아이를 주님께 맡기겠다고 기도했다”고 오열했다.
176㎝ 키에 70㎏의 건장한 체구였던 이 중위. 그의 장기는 지난 3∼4일 심장 간 췌장 신장 등이 긴급히 필요한 이들에게 이식됐다. 특히 이 중위의 간은 6개월 된 아기 등 2명의 위독한 환자에게 전달됐다. 추후 이식할 수 있는 대퇴골 등까지 포함하면 수백 명의 환자들이 도움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장로는 15시간에 걸친 아들의 장기적출 수술을 뜬눈으로 기다렸다. 가장 부러웠던 것이 수술실로 들어가는 암 환자였다고. 그는 “장남을 하나님께서 부르신다면 온전히 맡겨 드리겠다고 했지만 수술을 마치고 눈을 뜰 수 있는 암 환자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며 목 놓아 울었다. 부부의 소망은 아들이 국립현충원에 안장되는 것이다.
성남=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뇌사’로 장기기증 하고 하늘나라 간 군의관 아들을 위한 기도
입력 2017-01-08 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