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유형진] 정유년, 종(種)의 안위

입력 2017-01-08 18:47

주중에 이런 기사가 눈에 띄었다. ‘캐나다 동물원 야생 펭귄 익사 사건’ ‘시월드 범고래 탈리쿰의 사망’. 물속에서 사냥도 하고 수영을 즐기며 사는 펭귄이 익사했다는 것은 어떻게도 설명이 안 되는 죽음이다. 그리고 탈리쿰은 미국의 시월드에서 쇼도 하던 유명한 범고래였는데 과도한 스트레스로 조련사를 숨지게 한 살인 고래였다. 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아야 하는 바다동물들을 좁은 수족관에 가둬놓고 키우다가 벌어진 일이다. 이 사건들은 지금 우리의 고통스러운 일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모두 인간의 편의와 오락, 경제적 이익을 위해 동물을 자원화한 결과인 것이다.

계란 한 판의 가격이 만원을 넘겼다. 맥반석에 구운 계란도 아닌, 날계란 한 판 값이 생닭보다 더 높은 것이다. 서민들의 만만한 반찬인 계란프라이는 이제 밥상에 사치를 부릴 때나 먹는 고급 음식이 되었다. 국정농단 사태로 국가 리더십이 붕괴된 이 시국에 AI까지 겹친 여파다. 총리가 대행하는 정부에서 AI 청정지역을 지키겠다고 무분별하게 가금류를 살처분한 대가를 우리 서민들이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양계농장의 닭들이 왜 철새들이 옮기는 고병원성 AI에 걸릴 수밖에 없었는가 하면 값싼 고기를 얻기 위해 동물의 생태는 무시한 채 공장식 축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가둬 키우며 면역성이 떨어진 닭들은 항생제를 주지만, 매해 새로운 바이러스로 변형되어 강력해지는 고병원성 조류독감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러다 또 여름이면 고병원성 돼지콜레라가 유행할 것이다.

정유년 새해는 닭의 해인데 붉은 닭의 기운찬 울음소리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 음력으로는 섣달. 나는 정유년 정월 초하루가 되기 전까지 아직 새해가 아니라 생각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해본다. 종의 안위를 위해 다른 종을 살처분하는 종도 인간뿐이지만,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개선해야 희망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종도 오직 인간뿐이다.

글=유형진(시인),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