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孫손잡고 ‘뉴 DJP연합’ 큰그림?
입력 2017-01-07 05:09 수정 2017-01-07 13:54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을 앞두고 정계개편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민의당, 개혁보수신당(가칭),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비주류의 합종연횡 시나리오가 다각도로 분출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당과의 야권 통합·연대를 꾸준히 제시하고 있지만 국민의당 내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큰 탓에 좀처럼 탄력받지 못하는 형국이다.
현시점에서 거론되는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크게 네 가지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세 규합 논의가 공론화될 경우 대선 직전까지 격변이 예상된다. 물론 그 핵심인 반 전 총장이 움직이지 않거나 국민의당이 ‘자강론’을 선택할 경우 찻잔 속 미풍에 그칠 가능성도 높다.
가시화되는 안·손 연대
호남(국민의당)과 경기(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의 결합은 일단 상수로 간주된다. ‘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을 배제한 연대’를 지향하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해서다. 국민의당은 최근까지 안철수 전 공동대표 등 지도부가 총출동해 손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왔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 경기도지사 출신 손 전 대표의 동행은 정개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게 야권 평가다.
하지만 지역 구도로 볼 때 손 전 대표의 영향력에는 물음표가 찍혀 있다. 2014년 7·30재보선에서 패배하는 등 경기 민심에 미치는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 지난해 10월 손 전 대표의 민주당 탈당 시 그를 따른 현역 의원은 이찬열 의원뿐이었다.
다만 민주당 내 손학규계 경기지역 의원들이 지원사격에 나설 경우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김민기 조정식 김병욱 의원 등이 대표적인 손학규계로 꼽힌다. 손 전 대표는 22일 출범하는 ‘국민주권개혁회의’를 통해 본격 세 결집에 나선다.
호남+충청, ‘뉴 DJP연합’ 구상
안·손 연대에 반 전 총장이 합류한다면 정치권은 뿌리부터 흔들릴 공산이 크다. 야권 내 견고한 반문 진영이 구축되는 것은 물론 여권 지지층도 대거 흡수할 수 있다. 가장 폭발력 있는 구상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다.
우선 국민의당 내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안 전 대표 중심의 ‘자강론’과 호남 기반 외연확장을 주장하는 ‘선도정당론’이 여전히 대립 중이다. 선도정당론 선두에 서 있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최근 “뉴 DJP연합에 분명히 관심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 측 문병호 전 의원은 6일 부산 합동연설회에서 “원칙 없는 연대나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다. 15일 전당대회에서 당심(黨心)이 어디로 향하느냐가 관건이다.
더불어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 모두 반 전 총장의 개혁의지를 확인해야만 연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 전 총장 입장에서도 호남 지지율마저 급락한 국민의당을 선택하는 ‘모험’을 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TK(대구·경북)의 선택은
반 전 총장과 국민의당 연대가 성사된다면 개혁보수신당·새누리당 의원들의 연쇄이동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마땅한 대선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반 전 총장마저 빼앗긴다면 이들은 대선에서 사실상 존재감을 상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과거 DJP연합과 마찬가지로 보수·진보 이분법에서 벗어난 유권자 공략이 가능해지는 점도 장점이다.
호남과 경기, 충청의 화학적 결합이 성공한다면 뉴 DJP연합은 확고한 ‘대세’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갈 곳 잃은 대구·경북 표심 역시 진보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반 전 총장 중심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여야를 규합한 ‘반문연대’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격돌하게 된다. 선두를 질주해 온 문 전 대표가 오히려 지지도나 세에서 밀리면서 ‘언더독’으로 전락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치공학적 구상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보수 정당 잔류 의원들과 야권 비주류의 결합이 긍정적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개헌세력이라는 변수
개헌을 고리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포함하는 민주당 내 개헌세력이 제3지대 연대에 합류하는 가능성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 경우 가장 큰 세력이 출현해 민주당을 위협할 수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김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었다.
하지만 새해 들어 상황이 바뀐 점이 변수다. 지지율 30%대에 갇혀 있던 민주당은 촛불정국 이후 40%를 넘나들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나머지 3당은 모두 두 자릿수 지지율도 벅찬 상황이다. 대선을 불과 수개월 앞두고 비주류 의원들이 탈당을 감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정치권 평가다.
개헌을 고리로 거대한 연대가 이뤄지고, 후보단일화에 성공한다면 그 후보는 문 전 대표 등 민주당 대선 후보와 한판 승부를 벌일 수 있다. 일종의 ‘필승 카드’지만 현재까지는 ‘그림의 떡’에 가깝다. 개헌 방향을 두고도 각자의 셈법과 정치적 이해득실이 첨예하게 얽혀 있어 의견 일치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