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장지영] 문체부, 필사적 ‘국정농단 흔적 지우기’

입력 2017-01-06 18:37

박근혜정부는 역대 최초로 ‘문화융성’을 주요 국정기조로 내건 정부였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6일 발표한 새해 업무계획에서 ‘문화융성’이란 말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5일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한 새해 업무계획 사전브리핑에서 유동훈 문체부 제2차관은 “문화융성이라는 단어가 좋은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의혹이 결부돼 있다. 구태여 안 쓰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단어로도 충분히 사업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중심에 서 있는 문체부는 새해 업무계획에서 국정농단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문화융성’ 외에도 ‘창조경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등 박근혜정부의 정책 명칭들이 사라졌다. 논란의 대상이었던 문화창조융합벨트의 축소에 따라 콘텐츠 사업도 확 쪼그라들었다.

문체부는 또 최근 문화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떨어진 점을 감안해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유 차관은 “특검 수사를 통해 조만간 사실관계가 밝혀질 것”이라며 “앞으로 문체부는 공모사업 심의 시 심의위원 운영, 심의지표의 객관성, 이의신청 처리 등 전 과정에서 투명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다음 달쯤 블랙리스트 의혹 개선책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유 차관은 “문체부가 그동안 해온 행정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최대한 개선해 다시 한번 발표하는 자리를 갖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해 문화예술계 의견을 많이 들을 계획이다”고 답했다.

사실 문체부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국민적인 관심이 필수적이지만 현재로선 그에 앞서 신뢰회복이 먼저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된다.

유 차관을 비롯해 문체부 관료들은 “반성의 기반 위에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며 여러 차례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국민의 얼어붙은 마음이 언제쯤 풀어질지는 미지수다.

장지영 문화부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