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영재센터’ 파고드는 특검… ‘朴-崔-삼성’ 고리 추적

입력 2017-01-07 00:03
최순실씨를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제일기획 임대기 사장이 6일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제일기획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호송차에서 내려 특검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그룹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승계 작업 전반을 살핀다. 삼성이 최순실씨 일가를 지원한 이유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만이 아니라 전체 경영권 승계과정을 지원하는 대가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박근혜 대통령 제3자 뇌물 혐의를 의심하는 특검은 이 같은 논리로 “합병이 먼저 성사돼 박 대통령 독대에서 합병 특혜를 요구할 필요가 없었다”는 삼성 측 ‘시계열 논리’를 정면 돌파할 방침이다.

특검은 6일 삼성 계열사인 제일기획 임대기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같은 회사 김재열 스포츠사업 총괄사장에 이어 두 번째로 특검에 공개 소환된 삼성 임원이다. 임 사장은 삼성전자가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센터)에 16억2800만원을 지원하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선 검찰 조사에서는 지난해 1월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을 만나 센터 지원을 요구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삼성을 김 전 차관과 장씨의 직권남용·강요 혐의의 피해자로 우선 분류했다.

특검의 시각은 다르다. 제일기획의 두 사장급 인사를 잇달아 소환하며 삼성이 피해자가 아닐 가능성을 살핀다. 특검 관계자는 “직권남용·강요로 과연 끝날 문제인지 제기된 의혹을 확인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밀어주는 대가로 삼성이 최씨 일가에 제공한 금전적 지원 중 하나로 의심하는 것이다. 특검은 이날 김 전 차관도 재소환해 조사했다.

삼성은 삼성물산 합병이 2015년 7월 25일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전에 완료됐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청탁이 오갈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특검은 각 사건의 선후관계나 시점은 크게 문제될 것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검의 다른 관계자는 “삼성물산 합병은 그룹 승계 작업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밟아야 할 절차들이 여전히 남아 있고, 이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지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증권가에서는 이 부회장 승계 시나리오 중 하나인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이 이뤄지려면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자사주 의결권 제한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분석한다. 이밖에도 공정거래법, 상속·증여세법, 상법 등 각 부분에서 삼성 승계와 관련된 논란이 진행 중이다. 결국 박 대통령이 승계 작업과 관련해 포괄적인 지원 약속을 하고 삼성은 그 대가로 대통령 측근인 최씨를 지원했다는 제3자 뇌물죄 구도가 완성된다는 논리다.

특검은 ‘7월 독대’ 이전에 청와대와 삼성 사이에 청탁과 지원약속이 오갔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9월 15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서 박 대통령과 독대해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한 법조 관계자는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 합병찬성 결정에 이례적으로 보건복지부가 개입한 점과 삼성이라는 대기업이 페이퍼컴퍼니 수준의 최씨 회사에 지원한 두 개의 사건을 떼어놓고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글=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