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경세(border tax)’를 거론하며 일본 자동차회사 도요타를 압박했다. 미국 대신 멕시코에 공장을 건설하면 ‘관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위협했다. 자국 기업을 넘어 외국 기업을 겨눈 으름장에 일본은 물론 한국 기업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도요타는 미국에서 판매할 코롤라를 생산하기 위해 멕시코 바하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미국에 공장을 세우지 않을 거면 비싼 국경세를 내라”고 썼다.
트럼프가 외국 기업을 협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가 미국 유력 제조업체에 그치지 않고 일본 대표 기업까지 겨눴다”고 보도했다. 멕시코 공장을 가동 중인 전자업체 소니의 히라이 가즈오 사장은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를 거론하며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포드와 제너럴모터스를 압박했다. 결국 포드는 멕시코 이전을 포기하고 미시간주에 공장을 신설키로 했다.
트럼프의 돌출 발언은 통상마찰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경세 언급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나아가 미·일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서두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역시 정치적 부담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의 신공장은 트럼프의 발언과 달리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인접한 바하(바하칼리포르니아)가 아닌 멕시코 중부 과나후아토주에 들어선다. 도요타는 2015년 4월 이곳에 10억 달러(약 1조1900억원)를 투자해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기공식도 마쳤다. 2019년부터 매년 코롤라 20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멕시코 공장은 이전이 아닌 신설”이라며 “미국 내 고용과 생산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 리스크’에 휘말린 도요타 주가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0.57% 하락했다.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둔 한국 기업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기아차는 지난해 공장을 짓고 K3(현지명 포르테)를 생산하고 있다. 공장 건립에만 1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생산량의 80%를 북미 지역에 수출할 계획이었지만 관세 혜택이 줄어들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포스코도 멕시코에 자동차 강판 공장 4곳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들 업체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 주력 가전제품을 멕시코에서 생산해 북미에 판매하고 있다. 북미는 이들 업체 전 세계 매출 중 30%가량을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반도체 공장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에 생산 기지가 없는 LG전자도 공장 신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훈 김유나 기자 zorba@kmib.co.kr
도요타 협박한 트럼프… 떨고 있는 한국 수출 기업들
입력 2017-01-07 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