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가해자들에 대한 1심 판결이 내려졌다.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 등 인체에 치명적인 제품을 판매한 이들에게 최고 징역 7년형이 선고됐다. 수백명이 목숨을 잃거나 심각한 장애를 입은 사실이 확인되고도 5년 반이 지나서야 첫 판결이 나왔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피해자들은 부실한 정부와 미비한 제도 탓에 이런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재판부는 법정 최고형을 선고했다지만, 이런 기업을 고작 징역 3∼7년에 벌금 1억5000만원으로 처벌할 수밖에 없다면 이는 결코 정의롭지 않다. 우리 수준이 그 정도인 것이다. 검찰 구형량에 크게 못 미치고 외국계 경영진은 무죄가 선고된 판결이 끝나자 한 피해자 가족은 “징벌제를 만들어 달라”며 울먹였다. 정부와 국회는 이 호소를 무겁게 받아들여 실천해야 한다.
제2의 가습기 살균제를 막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기업의 부당한 행위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그 수단인 집단소송제 도입이 시급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조업체가 고의적으로 소비자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피해를 끼쳤을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토록 올해 안에 제조물책임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박영선 금태섭 의원 등도 이미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이런 제도를 갖추는 게 개혁이다. 정치가 아무리 요동쳐도 조속히 입법을 실현해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목적은 예방에 있다. 기업이 스스로 소비자 안전을 먼저 생각하게 만들려면 배상 한도를 더 높이고 요건도 고의성뿐 아니라 중과실까지 포함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징벌은 아무리 혹독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업은 저항할 것이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 활동이 더 위축된다는 논리를 펼 것이다. 선진국은 다 갖고 있는 이 정도 제도에 흔들릴 기업이라면 없어지는 게 낫다. 국제무대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나.
[사설] 징벌적 배상 반드시 도입하라
입력 2017-01-06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