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적 악재에 ‘보험용’으로 추진했던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이 공식적으로 중단됐다. 기획재정부는 한·일 통화스와프는 양국 경제협력의 상징성이 클 뿐 실제 효과는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실제 외환보유액 등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튼튼한 편이다. 그러나 대외리스크가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이 뒤통수를 친 것은 중국 등 다른 나라와의 통화스와프 협상 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6일 “최근 협상 중단을 통보받았지만 일본이 이렇게 대외적으로 발표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정부로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통화스와프 규모를 키워 금융 안전망을 더욱 튼튼하게 하려는 욕심이 있다. 지난해 8월 일본에 먼저 통화스와프 재개 협상을 제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일본은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또 뒤통수를 쳤다. 당시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300억 달러에 불과했고, 국내 금융권은 일본에 220억 달러의 단기대출을 갖고 있었다. 일본은 우리 정부의 호소에도 아랑곳없이 절반 이상의 대출금을 회수해 갔다. 결국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요청에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물론 그때와 같은 위기상황은 아니지만 일본의 통화스와프 중단 선언은 외부적 충격에 대비해 기축통화인 엔화를 확보해 놓으려는 정부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정부 관계자는 “협상이야 중단할 수 있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불쾌한 일”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2001년 20억 달러 규모로 통화스와프를 시작했고, 2011년 700억 달러까지 늘렸다. 그러나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서 그해 10월 만기 도래한 570억 달러가 연장되지 않았다. 이후 규모가 줄어들면서 2015년 2월 마지막 남은 100억 달러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통화스와프는 종료됐다. 달러와 함께 전 세계 2대 기축통화인 엔화의 상징성을 의식해 정부는 지난해 8월 통화스와프 재개를 위한 협상을 먼저 제안했고, 일본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지난해 말 아소 다로 재무장관은 “한국의 누구와 협상을 할지 알 수 없다”며 사실상 협상 중단 의사를 내비쳤다.
정부는 이번 협상 중단이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지 걱정하고 있다. 현재 각국과 맺은 통화스와프 규모는 1190억 달러다. 이 중 절반은 중국(560억 달러)과 맺었다. 문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한·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이 일본을 따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지난해 한·중 양국은 원칙적으로 만기연장에 합의했지만 사드 사태가 터지면서 구두합의 효력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교적 사안이 영향을 미치면서 재정 당국으로선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면서 “일본에 대해서도 우리는 항상 논의의 장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 영향은… 日 위기 때마다 ‘뒤통수’ 中 따라할까 우려
입력 2017-01-06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