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아닌 기계를 향해서다.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는 음성인식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기기들이 무더기로 공개됐다. 아마존의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인 ‘알렉사’는 LG전자의 스마트 냉장고, 레노버의 스마트 어시스턴트 스피커, 제너럴일렉트릭(GE)의 스마트 조명 등 30개 기기에 탑재됐다. AI 음성인식 분야의 생태계를 만든 아마존은 이미 시장을 선점했다.
특히 AI 스피커 분야에서 알렉사의 활약이 돋보였다. 레노버는 알렉사가 탑재된 ‘레노버 스마트 어시스턴트’를 공개했다. 사용자의 음성 명령을 인식해 인터넷 검색이나 음악 재생, 일정 관리 등을 돕는다. 최대 5m 거리에서 사용자의 음성 명령을 360도 방향으로 들을 수 있다. 레노버 측은 “이미 전 세계 65%의 사람들은 음성인식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스마트 어시스턴트는 사용자가 다른 일을 하면서 편리하게 멀티태스킹하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비 인형을 만드는 장난감 회사 마텔(Mattel)은 아이들을 위한 음성인식 기기 ‘아리스토텔레스’를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AI 스피커가 어른들의 일상을 돕는 역할을 했다면, 이 기기는 아이들을 돌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인식해 동화나 음악을 들려주거나 잠들 수 있도록 조명을 조절한다. 무선 카메라와 연동돼 아이들의 모습을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목소리를 알아듣는 조명에도 알렉사가 탑재됐다. GE는 ‘C by GE Lamp’를 공개하고 음성으로 조명의 밝기나 작동시간 등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가 자사 콘텐츠와 AI를 결합한 ‘Wyth(위드)’ 기기를 소개했다. 전시관에서 진행된 시연에는 소녀시대 티파니, 슈퍼주니어 헨리의 목소리가 등장했다. 사용자가 “노래 틀어줘”라고 말하면 티파니가 대답을 하고 음악을 재생하는 식이다. 노래방 모드로는 사용자가 티파니와 함께 노래를 부를 수도 있다. SM이 공개한 AI 스피커는 아직 시제품으로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LG전자 H&A사업본부장 송대현(사진) 사장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날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송 사장은 “조성진 부회장이 있던 작년 H&A 본부가 좋은 성과를 냈었다. 떨림과 설렘, 동시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번 CES에서 LG전자가 주력으로 내세운 AI 기반 사물인터넷(IoT) 기술에 대해서는 개방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사장은 “IoT나 스마트 테크놀로지 적용에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오픈 커넥티비티, 오픈 파트너십, 오픈 플랫폼”이라며 “우리만의 내부 생태계를 만드는 게 아니라 오픈된 생태계에서 모든 제품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말귀 알아듣는 AI 보모·스피커, 라스베이거스를 홀리다
입력 2017-01-06 18:05 수정 2017-01-06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