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 단종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기록적인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갤럭시S8이 순조롭게 출시되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53조원, 영업이익 9조2000억원을 달성했다고 6일 잠정 공시했다. 분기 영업이익으로는 2013년 2분기 9조5000억원, 같은 해 3분기 10조1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세 번째로 많은 ‘어닝 서프라이즈’다. 9조원을 넘긴 것도 3년 만이다.
연간으로는 매출 201조5400억원, 영업이익 29조22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2012년 매출 201조1300억원으로 처음 200조원을 넘긴 후 5년 연속 매출 200조원을 유지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2013년 36조7850억원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이는 삼성전자가 노트7 단종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받은 성적표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이 노트7 단종 영향으로 7조원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시장 호황을 근거로 8조원대로 목표치를 높인 곳도 있었다. 그런데 4분기 실적을 뽑아보니 그런 전망을 크게 웃도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반도체-스마트폰-가전’으로 이어지는 삼성전자의 사업구조가 다시 한 번 힘을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4분기 실적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반도체·부품(DS) 부문이다.
DS 부문은 4분기 사상 최대인 6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D램과 낸드 플래시 등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주력인 메모리 분야에서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분야에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며 반도체 가격도 올랐다. D램의 경우 최근 두 달 사이 가격이 40% 가까이 올랐고, 낸드 플래시도 30% 이상 상승하는 등 시장 상황이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반도체에서만 4조원 중반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TV용 LCD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요 증가 등의 호재가 작용했다. 디스플레이는 1조원 중반대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여기에 환율효과까지 더해졌다. 반도체 시장에서는 결제 기준 화폐가 달러다. 원·달러 환율은 9월 달러당 1090원에서 12월 말 1212원까지 올랐다. 환율 덕분에 4분기에 약 7000억원가량의 이익을 추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IT·모바일(IM) 부문은 노트7 부재에도 갤럭시S7 판매가 견고하게 유지되며 2조원 중반대의 이익을 올린 것으로 관측된다. 갤럭시A, J 등 중저가 라인업도 판매량을 꾸준히 유지하며 힘을 보탰다. 소비자가전(CE) 부문은 SUHD TV, 셰프컬렉션 등 프리미엄 가전제품의 힘으로 1조원대 영업이익 달성이 예상된다.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 갤럭시S8 판매 본격화가 예상되는 2분기 이후에는 삼성전자가 다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2위권과 기술 격차를 크게 벌리고 있는 데다 퀄컴, 엔디비아 등 외부 업체의 칩셋을 위탁생산하면서 당분간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성패는 갤럭시S8에 달려 있다. 노트7의 상처를 지우고 시장에 호응을 이끌어내면 반도체와 힘을 모아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 그래픽=박동민 기자
삼성전자, ‘갤노트7 쇼크’ 딛고 깜짝 실적
입력 2017-01-06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