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녹취록에 드러난 국정농단, 이래도 ‘엮은 것’인가

입력 2017-01-06 17:40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공모 관계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취파일이고 또 하나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이다. 녹취파일에는 최씨의 통화 내용이 담겨 있고, 수첩에는 박 대통령 발언 내용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녹취파일은 “10초만 공개돼도 촛불이 횃불이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그만큼 파괴력이 클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 녹취파일이 드디어 공개됐다. 28분34초 분량 12건의 전문을 보면 도대체 누가 대통령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최씨의 국정농단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파일에는 최씨가 “이제 공직 기강을 잡아야 한다”며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하고, 해외에 나가서도 정 전 비서관을 통해 국정에 관여하는 정황이 나온다. 최씨는 박 대통령의 공식 일정을 마음대로 정하고,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와 국무회의 개최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정부 인사와 박 대통령의 사생활 등까지 최씨의 존재는 그야말로 막강하다. 대통령처럼 행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최씨에 대해 “몇 십 년 된 지인”이라면서 “그렇다고 지인이 모든 것을 다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지 않나”라고 강변했다. “최씨와 공모하거나 봐준 일은 손톱만큼도 없다”면서 “모두 엮은 것”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에 낸 답변서에는 최씨 등이 관여한 비율을 계량화하면 1% 미만이라는 말까지 썼다. 최씨도 5일 첫 공판에서 “억울한 부분이 많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녹취파일 하나만 봐도 이 모두가 거짓말인 셈이다. 검찰은 증거가 차고도 넘친다고 했다. 이렇게 확실한 물증이 있는데도 반성은커녕 자신들의 행위 자체를 부인하는 박 대통령이나 최씨나 어찌 그리 똑같은가.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