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혁면] 軍 안전사고 예방하려면

입력 2017-01-06 17:29 수정 2017-01-09 16:50

지난달 울산에서 발생한 군부대 폭발사고로 다수의 중상자를 포함해 고귀한 장병 24명이 부상을 입어 연말 분위기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한 해 군장병 100여명이 사망한다. 자살 등 군기사고를 제외하더라도 차량, 추락, 익사, 화재·폭발 등 각종 안전사고로 30명 가까이 아까운 청춘들이 숨지고 있다. 2015년 군대 사고사망 만인율(萬人率)은 0.427 정도로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근로자 사고사망 만인율보다 조금 낮게 나타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사고 사망자 중 과반수를 차지하는 아파트 등 대규모 건설공사가 군에 있지 않음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50여개 안전보건기관이 참여하는 APOSHO 콘퍼런스에서 필자는 행동기반안전(BBS) 세션 조장을 맡아 세미나를 주재한 바 있다. 행동기반안전이란 작업자가 불안전한 행동을 하는 원인을 파악해 안전한 행동으로 유도하는 방법이다. 화학사고 예방 등에서 높은 수준의 안전관리 방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원자력발전소, 화학공장, 대학 등을 대표하는 총 8명의 발표자 중 인도 국방성 직원이 군부대에서 적용해 효과를 본 BBS 사례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군부대에 적용을 한다고?’라는 의문이 생겨 “인도 군에서 왜 BBS를 적용할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군에는 폭발성·인화성물질 저장 및 출하시설, 이송 배관, 중장비 취급, 건설공사 등 위험요인이 다양해 산업시설과 비교하면 화학공장에 버금갈 수준의 안전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순간 직접 군에서 경험한 사고가 떠올랐다. 어느 날 작전에 투입된 우리 부대가 지뢰밭으로 진입해 큰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는 지뢰가 매설된 위치를 지도상에서 제대로 변경·관리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었다.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 것이라는 얘기다.

내가 복무하던 1970년대와 지금의 안전관리 수준은 많은 차이가 있겠으나 군부대는 주둔시설을 두고 부대 자체가 완전히 교체되는 경우와 주둔시설은 그대로라도 인적자원의 전역으로 수시로 사람의 변경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교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해당 부대 또는 인원의 변경에 따른 기존의 위험요소가 적절히 인수인계되는 ‘변경요소 관리’가 안전상 아주 중요한 필수요소다.

우리나라 화학사고 예방에 크게 기여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공정안전관리제도(PSM) 12가지 요소 중에 변경관리가 아주 중요하다는 것은 사고조사의 결과로 원인을 찾다보면 자주 파악된다. 현재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라도 이를 변경할 경우에는 사전 위험성 평가를 통해 변경으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미리 제거하고 작업을 하라는 것이 주된 골자다.

이번 울산 군부대 폭발사고도 폭음통의 원래 활용 목적인 훈련에서 폐기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위험성이 사전에 철저히 평가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느 안전 선진기업의 모토인 ‘우리는 직원이 출근한 그 모습 그대로 퇴근시킨다’처럼 이 땅의 모든 부모의 염원인 ‘자녀의 입대 모습 그대로의 제대’를 이해당사자 모두는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권혁면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