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해에도 조류인플루엔자(AI, Avian Influenza)로 수많은 닭이 죄 없이 죽어 묻히고 있습니다. 날짐승과 길짐승을 이르는 금수(禽獸)에서 禽인 닭은 꿩과의 새입니다. 집에서 치는 날짐승이라는 뜻의 가금 가운데 하나이고, 한자로는 鷄(계)이지요.
‘닭’은 한글 반포 13년 후인 1459년 편찬된 ‘석보상절’에도 나오는 것으로 보아 원래 쓰이던 말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닭은 덕금(德禽)이라고도 불립니다. 덕을 갖춘 날짐승이라는 뜻이겠는데, 그 덕이 다섯 가지라지요. 머리에 볏, 즉 관을 썼으니 문(文)이요, 날카로운 발톱이 있어 무(武), 적을 만나면 물러서지 않고 싸우니 용(勇), 먹이를 보면 소리 내어 주위에 알리는 정이 있어 인(仁), 시간을 지켜 새벽을 알리는 믿음이 있으니 신(信)이 바로 그것입니다.
흔해서 귀한 줄 몰랐던 달걀이 금값이지요. 달걀은 예전에 ‘달긔알’(닭의 알) 형태로 쓰이다 연음돼 생긴 말입니다. ‘계란’은 글자 그대로 ‘닭 알’입니다. 닭고기는 주요한 단백질(蛋白質) 공급원인데, 蛋도 알을 이르는 글자입니다. 단백은 ‘알의 흰자위’라는 뜻이겠습니다.
옳지 못한 짓을 저지른 뒤 엉뚱한 수작으로 속여 넘기려는 경우를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민다’고 합니다. 못된 짓을 해 놓고도 요즘 태연히 오리발 내미는 사람들 때문에 복장이 터집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다섯 가지 덕을 가진 고마운 닭 ‘덕금’
입력 2017-01-07 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