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인명진(왼쪽 사진) 비상대책위원장이 비대위원 의결과 당 쇄신방향 논의 등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를 6일 긴급 소집하기로 했다. 비대위 구성을 통해 서청원(오른쪽) 최경환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 핵심 인적청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범친박계나 중도 성향 의원 상당수가 지도부 방침에 공감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비대위원 5∼6명 정도를 의결하고, 당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설명하기 위해 상임전국위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상임전국위 소집은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됐다고 한다. 인 위원장이 인적청산 대상들의 자진탈당 시한으로 제시한 6일을 하루 앞두고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범친박계 중진을 포함한 의원 30여명이 자신의 거취를 지도부에 맡기겠다는 ‘백지위임장’을 제출하며 인적쇄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주영·원유철(5선), 김정훈·홍문종(4선), 유재중(3선), 홍철호(재선), 정종섭·추경호·곽상도·윤상직(초선) 의원 등이 백지위임장 제출에 참여했다. 새누리당 전체 의원(99명)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인 위원장이 상임전국위 소집 결정을 내린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다만 ‘강성 친박’으로 불리는 윤상현 김진태 김태흠 이우현 이장우 의원 등은 버티는 중이다.
일흔을 넘긴 인 위원장과 서 의원 간 싸움은 도(度)를 넘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두 사람의 노욕으로 당이 산으로 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에게 대뜸 “거짓말쟁이가 하는 얘기도 방송에 내보내요?”라고 첫마디를 꺼냈다. 서 의원이 4일 인 위원장을 향해 ‘거짓말쟁이 성직자’라고 공격한 것을 빗댄 것이다.
인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정치하는 곳인 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까 교회더라. 서청원 집사님이 계신 교회”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이 당에 손들고 비대위원장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잘못 왔다는 생각이 확 난다”고 강조했다. ‘집사’인 서 의원이 새누리당이라는 ‘교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인 위원장은 “집사람이 ‘아무에게나 덕담하지 마라’고 잔소리를 했다”고 말했다. 서 의원이 “인 위원장이 탈당 이후 복당하면 국회의장으로 모시겠다”고 밀약설을 제기한 것을 비꼰 것이다.
서 의원도 참지 않았다. 그는 경기도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어떻게 성직자가 할복이라는 얘기를 할 수 있느냐. 제가 할복을 안 해서 여기 와 있다”고 말문을 꺼냈다. 이어 “성직자는 사람의 생명을 보호해주는 의무가 있는데, 죽음을 강요하는 성직자는 그분밖에 없다”고도 했다. 또 “나보고 ‘썩은 종양이다’ 그렇게 심한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고는 “국민들이 정치인 싫어해서 제가 그분을 모시는 데 역할을 했는데 잘못 모셨다”고 했다.
한편 이날 새누리당은 5년 만에 당명을 고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하윤해 전웅빈 기자 justice@kmib.co.kr
인명진, 새누리 ‘친박 인적청산’ 정면돌파 나섰다
입력 2017-01-05 2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