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65)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동선(28)씨가 술집 종업원을 폭행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지난달 26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첫째 아들 선익(34)씨가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다 입건된 지 열흘 만이다. 재벌 2세들의 난동이 이어지면서 ‘금수저 탠트럼(발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5일 오전 3시30분쯤 강남구의 한 술집에서 남자 종업원 2명의 뺨과 머리 등을 때리고 순찰차를 걷어찬 혐의(폭행 및 공용물건 손상)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김씨는 이날 새벽 홀로 이 술집에 나타났다. 그의 단골 가게였다. 김씨는 만취한 상태였다. 종업원은 “이미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걸었다”고 했다. 술집에 들어선 김씨는 술을 서너 잔 더 주문했다. 술을 마시던 김씨는 갑자기 남자 종업원들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김씨는 욕설만으로 성에 차지 않았는지 손바닥으로 남자 종업원 2명의 뺨과 머리를 수차례 때렸다고 한다. 평소 김씨가 종종 오던 술집이었지만, 동료들은 더 이상 이 상황을 지켜볼 수 없었다. 휴대전화로 김씨의 폭행 장면을 촬영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종업원들은 “많이 취해서 그런 것 같은데 저희도 참을 수 있는 한계가 있으니까 선을 넘어섰다고 판단해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 종업원은 “아무 이유 없었다. 그냥 취해서 때린 것 같다”고 말했다.
재벌 2세인 김씨의 난동은 경찰 앞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순찰차에 태우자 그는 순찰차의 유리문과 좌석 등을 발로 걷어찼다.
김씨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도 욕설을 이어나갔다.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는 “술에 취해 기억이 전혀 안 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조사를 받던 김씨는 간간이 다리를 떨면서 하품까지 했다. 김씨 측이 피해자들과 합의를 봤다며 합의서를 제출했지만 경찰은 김씨의 불량한 태도를 고려해 합의 과정 등도 추가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비슷한 전력이 있고 죄질도 불량하다. 재벌 2세의 갑질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영장 신청 배경을 설명했다. 아버지 김 회장은 “잘못을 저지른 만큼 벌을 받고 깊이 반성하며 자숙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씨 등 한화그룹 일가의 폭행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씨는 2010년 서울 용산구의 한 주점에서 종업원을 폭행해 불구속 입건됐다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2007년에는 김 회장이 자신의 둘째 아들 동원(32)씨를 폭행한 이들을 찾아가 보복 폭행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화건설에서 신성장전략팀 팀장을 맡고 있는 김씨는 국가대표 승마 선수 출신이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21)씨와 함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다.
김판 오주환 기자 pan@kmib.co.kr
또 ‘금수저 난동’… 한화 회장 3남 만취 폭행
입력 2017-01-05 2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