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연초부터 강력한 ‘권력 적폐 청산 드라이브’를 걸었다. ‘혁신’을 무기로 ‘1등 대권 주자’ 위상을 굳히겠다는 의도다. 촛불민심을 통해 드러난 청와대·검찰 등 권력기관에 대한 반감을 개혁 정책으로 수용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 전 대표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권력 적폐 청산을 위한 긴급 좌담회’에서 청와대 경호실 폐지와 대통령 일상의 24시간 공개 등 사실상 대선공약을 발표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드러난 박근혜 대통령의 밀실·불통 생활과는 정반대로 생활하겠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특히 폐쇄적인 청와대 문화 개선을 공언하며 ‘박근혜 청와대’와의 차별화에 주력했다. 우선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겠다는 2012년 대선 공약을 재확인했다. 그는 “국민대통령 시대에 대통령이 있을 곳은 구중궁궐이 아닌 광화문 청사”라고 했다. 대신 현 청와대와 북악산은 시민 휴식공간으로 변경된다. 박 대통령의 첫 휴양지로 유명세를 탄 경남 통영 저도도 국민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대통령의 24시간’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당시 직무유기를 한 것이고, 이는 탄핵사유”라며 “(대통령 일정 공개는) 권한 행사가 사사롭게 이뤄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의 24시간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공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박근혜정부 내내 논란이 됐던 ‘밀실·정실 인사’를 배제하기 위한 ‘인사추천 실명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고위급 인사 추천부터 결정까지 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경호실도 개혁 대상에 올랐다. 박근혜정부 경호실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와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를 통해 ‘보안손님’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명확한 자료와 해명을 하지 않아 비판받아 왔다. 문 전 대표는 청와대 경호실을 ‘권력의 상징’이라고 규정하며 경찰청 산하 ‘대통령 경호국’으로 이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 수집 업무 전면 폐지나 검찰의 수사권 경찰 이양 등 수사기관 개혁안은 문 전 대표를 비롯한 야권이 그동안 주장해 온 개혁 방안이다.
문 전 대표는 국정원 개편을 적폐 청산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2012년 대선 직전 불거진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논란 등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는 국정원을 ‘한국형 CIA(미국 중앙정보국)’로 개편해 북한·해외·안보·테러·국제범죄 정보만 전담시키겠다고 했다. 검찰 개혁과 관련해 “참여정부 때는 검찰의 중립성에 대해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을) 확실히 제도화하지 못한 것이 한이 남고 아쉽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문 전 대표가 새해 첫 정책공약 발표로 적폐 청산 방안을 선택한 것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하기 전 대세론을 확고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야권 후발주자와의 정책 경쟁에서도 격차를 벌리기 위함이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신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1등’이 드러난 만큼 밴드왜건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 각 분야의 정책 공약을 연이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최승욱 고승혁 기자 applesu@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
‘혁신’ 드라이브로 ‘1등 대권주자’ 굳히기
입력 2017-01-0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