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 국민의례 ‘묵념’도 정부 통제 사안인가

입력 2017-01-06 00:03
정부가 최근 묵념 대상자를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으로 한정하는 내용으로 국민의례 규정을 개정,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에 이은 묵념 제한 논란이다.

정부는 현행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묵념 대상자마저 국가가 통제하려는 것이라는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국민의례 규정(대통령훈령 제363호)을 일부 개정했다고 5일 밝혔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새 규정 제7조 2항에는 “행사 주최자는 행사 성격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이외에는 묵념 대상자를 임의로 추가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중앙행정기관장은 소관사무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공식행사 시 이 훈령에 따른 국민의례를 실시할 것을 적극 권장하여야 한다”는 제8조 2항도 신설됐다. “애국가는 선 자세로 힘차게 제창하되, 곡조를 변경하여서는 아니된다”(제6조), “묵념은 바른 자세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다”(제7조) 등도 새로 추가됐다.

이를 두고 야권과 일부 자치단체는 정부가 애국가 제창 방법과 묵념 대상자까지 강요하는 것은 권위주의 발상에서 비롯된 지나친 통제라며 반발했다. 새 규정을 적용하면 정부나 지자체 공식 행사에서 세월호 사고나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4·3사건 희생자 등은 묵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제주 4·3 희생자도, 5·18 희생자도, 세월호 희생자도 추념해야 될 분들입니다. 어찌 국가가 국민의 슬픔까지 획일화한다는 말입니까? 서울시는 부당한 훈령을 따를 수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행자부는 이에 대해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의례 규정에는 행사 주최 측이 행사 성격상 불가피한 경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이외에 묵념 대상자를 추가할 수 있다고 분명히 나와 있다는 것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은 묵념 대상자를 놓고 참석자들이 갈등하는 경우가 있어 국민의례를 보다 경건하고 정중하게 시행하기 위해 운영상 나타난 일부 문제점을 개선·보완한 것”이라며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