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폭등에… 멕시코 휩쓴 ‘주유소 습격사건’

입력 2017-01-05 18:22
치솟은 휘발유 가격에 ‘뿔난’ 멕시코 주민들이 3일(현지시간) 베라크루스주 아옌데의 한 주유소를 점거한 뒤 휘발유를 훔쳐가고 있다. AP뉴시스

주요 산유국 멕시코에서 휘발유 품귀 현상과 가격 인상에 따른 소요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일을 기점으로 20%가량 인상된 휘발유 가격(ℓ당 1043원)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지고 있다. 멕시코 전역의 주유소를 점거한 시위대는 “단결한 시민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 멕시코시티로 향하는 주요 도로가 봉쇄되면서 교통대란이 일어났다. 멕시코시티의 백화점과 슈퍼마켓 등을 약탈한 혐의로 46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시민들은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휘발유 품귀 현상으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고질적인 정제시설 부족에 조직적인 송유관 절도가 이어지면서 이 같은 사태가 빚어졌다. 여기에 정부가 국영석유기업 페멕스가 독점한 에너지 시장을 민간에 개방하기 위해 유가 규제를 폐지하면서 전격 인상된 휘발유 가격은 민심에 불을 지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정부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더 고통스럽고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대중의 분노를 이해한다. 트럭기사와 택시기사 등 피해 업종 종사자를 위한 대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휘발유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한번 불붙은 석유파동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와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리스크’에 따라 페소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가운데 휘발유 가격 폭등으로 멕시코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