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범친박 중진 등 30여명 ‘거취 백지위임장’ 제출

입력 2017-01-05 17:59 수정 2017-01-05 21:27

새누리당 이주영 원유철 의원 등 범친박(친박근혜)계 중진을 포함한 의원 30여명이 자신의 거취를 지도부에 맡기겠다는 ‘백지위임장’을 인명진(왼쪽 사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제출했다. 새누리당 의원(99명) 중 3분의 1에 달하는 숫자다. 인 위원장이 마지노선을 제시했던 6일을 하루 앞두고 인적쇄신 방침에 따르겠다는 의지를 공개표명한 것이다. 자진탈당 대상으로 거론된 서청원(오른쪽) 최경환 의원이 더욱 고립되는 모양새다.

이주영·원유철(5선)과 김정훈·홍문종(4선), 유재중(3선), 홍철호(재선), 정종섭·추경호·곽상도·윤상직(초선) 의원 등이 백지위임장을 제출했다. 일부 초선 의원은 단체로 ‘초선 위임장’을 내자고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당 관계자는 5일 “정우택 원내대표와 이현재 정책위의장, 박맹우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 전원을 합치면 위임장 제출 인원은 30명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강성 친박’으로 불리는 윤상현 김진태 김태흠 이우현 이장우 의원 등은 버티는 중이다.

이날 일흔 살을 넘긴 인 위원장과 서 의원 간 싸움은 도(度)를 넘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두 사람의 노욕으로 당이 산으로 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 비대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대뜸 “거짓말쟁이가 하는 얘기도 방송에 내보내요?”라고 첫마디를 꺼냈다. 서 의원이 4일 인 위원장을 향해 ‘거짓말쟁이 성직자’라고 공격한 것을 빗댄 것이다.

인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정치하는 곳인 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까 교회더라. 서청원 집사님이 계신 교회”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이 당에 손들고 비대위원장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잘못 왔다는 생각이 확 난다”고 강조했다. ‘집사’인 서 의원이 새누리당이라는 ‘교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인 위원장은 “집사람이 ‘아무에게나 덕담하지 마라’고 잔소리를 했다”고 말했다. 서 의원이 “인 위원장이 탈당 이후 복당하면 국회의장으로 모시겠다”고 밀약설을 제기한 것을 비꼰 것이다.

서 의원도 참지 않았다. 서 의원은 경기도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어떻게 성직자가 할복이라는 얘기를 할 수 있느냐”면서 “제가 할복을 안 해서 여기 와 있다”고 말문을 꺼냈다. 이어 “성직자는 사람의 생명을 보호해주는 의무가 있는데, 죽음을 강요하는 성직자는 그분밖에 없다”고도 했다. 또 “인 위원장이 너무 많이 사람을 무시했다”면서 “나보고 ‘썩은 종양이다’ 그렇게 심한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고는 “국민들이 정치인 싫어해서 제가 그분을 모시는 데 역할을 했는데 잘못 모셨다”고 말했다.

당 쇄신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인 위원장과 당 상임고문단 간 오찬은 취소됐다. 일부 친박 성향 상임고문들은 “당 상황이 안정된 다음에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날 새누리당은 5년 만에 당명을 고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