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을 입고 쓰러진 팔레스타인인을 ‘즉결 심판’으로 죽인 이스라엘 군인에게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인권단체와 팔레스타인 측은 결과에 환영했지만 이스라엘에서는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엔의 정착촌 건설 반대 결의안으로 대립 중인 상황에서 이-팔 간 갈등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와 미국 CNN방송 등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엘로르 아자리아(20) 병장의 사면을 요구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텔아비브의 군사법원은 과실치사로 구속된 아자리아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는 지난해 3월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강 서안 헤브론에서 압둘 파타 알샤리프(21)의 머리를 가까이서 조준 사격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알샤리프는 시위 도중 이스라엘군을 공격하려다 치명상을 입고 무기 없이 쓰러져 있었다. 이 장면은 인권활동가가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재판부는 아자리아가 불필요한 살인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아자리아는 정당방위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정 최고형은 징역 20년으로 선고는 15일 확정된다. 아자리아는 항소하기로 했다.
이 사건이 이스라엘군의 무차별적 살인 행태를 대변한다고 보는 팔레스타인은 판결을 환영했다. 지난해 9월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는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명백한 탈법적 살인 20건 가운데 최소 15건은 특별한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측은 2015년부터 비무장 시위대를 포함해 적어도 244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숨지게 했다. 팔레스타인 공격으로 숨진 이스라엘인은 36명이다.
반면 이스라엘 여론은 아자리아를 옹호하고 있다. 재판 중 법원 밖에서는 우파 민족주의자 수백명이 아자리아를 ‘영웅’으로 칭하며 사면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네타냐후도 판결 뒤 페이스북에 “고통스러운 날”이라며 “사면을 지지한다”고 적었다.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의 지난해 8월 설문조사에서 65%는 아자리아의 행위가 정당방위였다고 답했다. 사면권을 가진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은 “사법절차가 전부 끝나야 사면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부상자 공격한 살인자인가, 테러범 잡은 영웅인가
입력 2017-01-0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