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는 특검법상 명확한 수사 대상”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특검팀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5일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명단 작성을 지시했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정황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수사 초점이 박 대통령에게 맞춰져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작성에 박 대통령부터 국정원, 해당 부처 등 이 정권 최고 권력기관들이 동원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청와대·문체부 실무자 등에게 연쇄적으로 하달됐다는 것이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총괄했고 이 전 원장과 조 장관은 각각 지원 및 실무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특검팀의 시각이다.
특검팀 수사도 박 대통령 혐의 입증을 위해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다져 올라가고 있다. 지난달 26일 문체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후 실무 차원에서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인사들이 무더기로 특검팀에 불려나왔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김희범·정관주 전 차관, 모철민·김상률·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이 모두 소환됐다. 이 전 원장의 자택도 2일 압수수색해 휴대전화와 서류 등을 확보했다. 5일에는 블랙리스트를 총괄 담당한 것으로 의심받는 송수근 문체부 1차관이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실무진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조 장관과 김 전 실장 소환에 나설 방침이다. 블랙리스트 수사가 박 대통령 턱밑까지 바짝 다가선 셈이다. 이 특검보는 “문체부 인사 조치의 부당성을 조사하다 이러한 인사 조치가 단순히 이뤄진 게 아니라 조직적으로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여기에 김 전 실장과 조 장관 등이 연루됐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 특검보는 또 블랙리스트 수사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여당의 주장에 “블랙리스트 수사는 특검법상 명시된 공무원 불법 인사 조치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새로 인지된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특검법 2조 8호는 정부 관료들이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위해 공무원을 불법 인사 조치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용택 황인호 기자 nyt@kmib.co.kr
특검, 블랙리스트 작성 朴 대통령 지시 정황 포착
입력 2017-01-05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