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WKBL)에서 유망주나 주전급 선수들의 임의탈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4일 ‘청주 아이유’란 별명으로 사랑받던 KB 스타즈 가드 홍아란(25)이 “심신이 지쳤다”는 이유로 임의탈퇴를 선택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지난해 차세대 국가대표 포인트가드로 주목받던 이승아(25)에 이어 홍아란까지 팀의 주축선수들이 연쇄 이탈함에 따라 여자농구의 임의탈퇴에 대한 확실한 해법이 마련돼야한다는 주장이 농구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사실 여자농구선수들이 임의탈퇴하는 사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5일 WKBL에 따르면 2015년에서 지금까지 2년새 16명의 유망주들이 임의탈퇴를 했다.
하지만 홍아란 이승아의 경우 국가대표 출신인데다 선수로서 가장 절정기인 20대 중반에 임의탈퇴를 강행한 것이어서 파장이 전과 다르다.
WKBL 관계자는 “그동안은 주로 주전경쟁에서 밀린 유망주들이 유니폼을 벗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태극마크를 단 20대 선수들이 이탈한 것은 충격”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홍아란처럼 시즌 중에 주전선수가 임의탈퇴한 것은 이례적이다.
여자농구의 경우 타 종목에 비해 선수층이 얇고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차가 커 생존 여부가 쉽게 결정되는 점이 빈번한 임의탈퇴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고교 학창시절부터 이어진 고된 합숙 생활이 프로까지 곧바로 이어지는 점도 선수들이 일탈을 감행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자농구의 경우 드래프트를 받지 못하는 선수들이 대학을 선택하고 고졸 유망주들은 거의 대부분 프로로 바로 뛰어들어가는 구조다. 따라서 사춘기 시절부터 접한 합숙생활에 계속 얽매이기 때문에 프로생활에 대한 염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타 프로종목에 비해 여자농구에서 임의탈퇴가 지나치게 비일비재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구단과 선수들 모두 프로의식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A구단 관계자는 “은퇴를 결심한 선수들이 혹여나 돌아올 수 있도록 임의탈퇴를 권하는 경우가 있고 선수들도 컨디션에 따라 임의탈퇴를 선택하곤 한다”고 고백했다.
게다가 임의탈퇴로 잠시 공백기를 갖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1년 후쯤 코트에 복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를 두고 “직업정신이 투철해야할 프로선수가 마치 아르바이트 하듯 행동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 임의탈퇴 경험이 있는 모 선수는 “당시 저도 부상에 지쳐 그냥 모든 게 싫었고, 무조건 쉬고 싶었다”며 “막상 사회에 나가보니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복귀해 현재 코트를 누비고 있다.
악습에 메스를 가해야할 때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자의적이고 계산적인 임의탈퇴는 응원하는 팬에 대한 도리가 아닌만큼 엄정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B구단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한 번 나갔던 선수를 다시 받고 싶지 않다. 복귀 사례를 만들면 선수들이 임의탈퇴를 악용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농구팬들은 홍아란의 임의탈퇴 이후 뉴스의 댓글란에 “임의탈퇴하면 3년 정도 복귀를 못하게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등의 성토를 이어가고 있다.
근본적으로 대학농구 여자부를 활성화해 고교선수들의 사회화에 도움을 줘야한다는 대안도 나온다. 이에 대해 WKBL 관계자는 “공감되는 얘기지만 선수층을 고려하면 대학 여자부를 활성화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또 등돌린 ‘코트의 별’… 팬들 “프로 맞나”
입력 2017-01-06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