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내 고교에 온라인 수업 ‘미네르바 스쿨’ 도입한다

입력 2017-01-06 05:18

미국에서 대학 혁신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는 ‘미네르바 스쿨’ 모델이 국내 고교에 도입된다. 미네르바 스쿨에선 20명 이하 학생이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수업한다. 관공서나 기업에서 활용하는 화상회의 시스템이 교실로 들어온다고 보면 쉽다.

국내 고교에 도입되면 예컨대 서울의 교사가 정규 수업시간에 도서·벽지 학생을 온라인에서 만나 실시간 면대면 방식으로 가르치고 평가하게 된다. 이르면 올해 2학기 시·도교육청 5곳에서 시범 적용한 뒤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5일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2017년 고교 교육력 제고 사업 계획’을 내려 보냈다. 내년 고교에 새 교육과정(2015년 개정)이 적용되는 것에 대비해 학생의 수업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새 교육과정은 고1 때 문·이과 공통 과목을 공부하고 2학년부터 진로 맞춤형 수업을 듣도록 권장한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경제 수학이나 통계학 등 관련 수업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학생들의 다양한 수업 수요를 충족시켜줄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과제였다.

교육부는 미네르바 스쿨 방식의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도입하면 지역·학교별 격차가 다소 해소되리라 기대한다. 일단 적은 인원이 수강을 원해 개별 학교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과목이나 심화교과 위주로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포르투갈어를 배우고 싶은 학생이 학교에 1, 2명 있다면 이 학생들을 위해 교사를 새로 뽑는 건 쉽지 않다. 낙후 지역이라면 웃돈을 주더라도 강사를 구하기 어렵다. 이런 수업 수요를 시·도 단위나 전국 단위로 묶어서 온라인으로 가르친다는 구상이다.

소수 과목에서 적용해본 뒤 국어 영어 수학 같은 일반 과목도 콘텐츠를 만들어 공급할 예정이다. 온라인 수업을 먼저 듣고 수업 시간에는 교사와 토론수업을 하는 ‘거꾸로 학습’에 활용하려는 목적이다.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에 참여하는 교사는 학교 수업 시간을 줄여주는 등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교육부는 오는 31일까지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사업 계획서를 받아 다음 달 5곳을 선정한다. 선정된 곳에 예산 25억원을 투입해 교사와 학생이 면대면 수업이 가능한 화상카메라, 무선인터넷, 수강 신청 프로그램 등 운영 시스템을 구축한다. 올해 2학기 혹은 내년 1학기 시범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글=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