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이동경로 알면 소비가 보인다

입력 2017-01-06 05:24

고객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경영에 활용하는 ‘빅데이터’ 활용 데이터 비즈니스가 카드업계에 이어 은행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데이터 기반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을 앞두고 있고, 개인 신용정보 활용 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신용정보의 보호 및 이용법 시행령 개정안도 지난 3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곧 공포될 예정이다. 정유년(丁酉年)은 금융권 빅데이터 르네상스로 기록될 것이 확실시된다.

빅데이터에 먼저 공들인 쪽은 카드사들이었다. 카드업계 경쟁이 포인트 적립과 할인 혜택에 치우쳐 있다 보니 전략수립을 위한 고객별 소비패턴 파악이 1번 과제였다. 카드사들은 자체 데이터 구축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과의 데이터 합치기를 통해 분석의 질을 높이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신한카드와 SK텔레콤, KB국민카드와 NICE지니데이터 등의 협업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히 신한카드는 올해부터 한국은행과도 경기예측 빅데이터 연구를 시작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5일 “지난해 빅데이터 컨설팅만 40여곳, 업무협약은 10곳 넘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카드사의 이런 노력은 이제 은행권으로 옮겨오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8월 빅데이터 센터 설립에 이어 오는 3월 빅데이터 상황실 구축을 계획 중이다. 점포별 실적, 고객별 자산 등의 데이터를 이곳으로 모아 실시간 분석하고 곧바로 전략을 세워 대응할 방침이다. 신한은 한국과학기술원 빅데이터 연구센터와 함께 개발한 리테일 고객 주거래지수 모형도 사용하고 있다.

KB국민은행도 올해 ‘데이터 분석에 기반을 둔 상품 서비스 역량 제고’를 경영목표로 내걸었다. 개인고객그룹을 고객전략그룹으로 재편했는데, 핵심은 데이터분석부 신설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주 은행 카드 손보까지 데이터 분석 조직을 구축해, 데이터 중심 경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통신 및 공공요금 납부 실적을 담은 빅데이터를 신용평가시스템에 도입해 중금리 대출 등에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 중이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이날 제주 관광객의 모바일폰 빅데이터를 이용해 활동패턴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빅데이터 마케팅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관광객 이동경로를 구체화한 최초의 연구다. 20대는 여름 바다, 30대는 중문단지, 50대는 한라산을 유독 좋아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보고서는 “관광객 밀집 계절과 시간대 및 연령대가 다르니,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큰 지역을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