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진 사모it수다] “딸아, 내 손잡고 함께 가자”

입력 2017-01-06 21:16

“개척교회를 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이해가 안 가요. 동네 커피가게보다 더 많은 게 교회인데 왜 또 개척하겠다고 하는 건지, 우리 동네에 조만간 또 교회 하나가 생기겠네요.”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네티즌의 글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사실 교회가 많긴 많죠. 작은 동네라 해도 교회가 하나만 있는 곳을 찾기 힘듭니다. 교회가 있는데 맞은편에 또 교회가 생기고, 조금만 걷다보면 또 길목마다 교회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니까요.

이 시대에 교회를 개척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부교역자 사역을 마치고 개척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모들은 대답을 망설이곤 합니다. 현실이 그렇게 녹록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이 주신 비전과 소명을 갖고 개척교회를 시작하는 사모들의 소식도 들립니다. 20년 남짓 부교역자 사모로 헌신했던 K사모도 1월부터 개척교회 담임사모가 됐습니다.

2월에 개척 설립예배를 앞두고 있는 K사모는 “사역의 길을 걸으면서 한 번도 개척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면서 “남편과 내가 원했던 것은 청빙을 받는 것이었지만 하나님께서는 개척의 길로 인도하셨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면서 두렵고 막막한 마음에 “주님, 저희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보증금도 없는 가난한 형편에 집조차 구할 수 없습니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는 아이도 있는데 개척이라니요”라고 기도하며 울부짖었던 날들이 많았다는 얘기도 털어놨습니다.

하나님은 개척교회를 향한 특별한 계획을 갖고 계십니다. 교회를 세우는 것은 온전히 하나님의 손길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순종하기 시작할 때 하나님은 일하기 시작하십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시고, 필요한 물건을 때에 따라 공급하시고, 사람들을 붙여 주시는 것 또한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습니다.

K사모도 “우리가 욕심을 내려놓았을 때 하나님은 기다리셨다는 듯 도와주셨다. 그리고 내 안에 말할 수 없는 평안과 영적인 기쁨도 알게 하셨다”고 고백했습니다. “여전히 내 안에서 두려움이 밀려올 때도 있지만 하나님 나라를 위해 우리를 부르시고 사용해 주시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는 K사모의 신앙 고백은 개척이라는 고민 앞에 대답을 망설였던 후배를 퍽 부끄럽게 합니다.

길목마다 교회가 세워지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큰 까닭은 아직도 세상엔 소망이 없는 이들이 있고, 절망에 빠져 눈물이 마르지 않은 이들이 여전히 있고, 상실과 고통의 아픔에 지쳐 삶을 포기한 이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입니다. 종교개혁의 정신을 이어받고 초대교회 공동체가 가진 역동성과 가족공동체로서의 기쁨을 다시 경험하는 개척교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물론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을 것입니다. 많은 개척교회 선배 사모들의 아픔도 보았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하나님의 딸로서 또 하나님께 부름 받은 사모이기에 온 힘을 다해 예수님의 말씀을 붙들고 달려가야 하지 않을까요.

개척의 길은 주님이 가신 좁은 길입니다. 그 길은 눈물의 길이지만 또한 생명의 길이라는 것을 사모들이 다시 한 번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 가신 그 길, 두려움 없이 담대한 믿음으로 개척의 길에 뛰어든 많은 사모들의 2017년을 응원합니다. 올 한해 주님 안에서 평안과 기쁨을 충만히 누리시길 소망합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이 코너는 사모인 박효진 온라인뉴스부 기자가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