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D-15… 트럼프-오바마 ‘오바마케어’ 정면충돌

입력 2017-01-05 18:21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마이어 헨더슨홀 합동기지에서 열린 임기 내 마지막 군 사열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오바마는 연설에서 “여러분이 위험한 곳으로 파병되는 것은 첫 수단이 아닌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며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라 안보를 위협받을 때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임 기간 추진해온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철군 정책이 정당했음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다. 신화뉴시스

취임을 보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현직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끝내 충돌했다. 트럼프가 오바마의 핵심 업적인 ‘오바마케어 폐기’를 밀어붙이려 하자 오바마가 미 의회를 전격 방문해 민주당과 대책회의를 갖는 등 반격에 나섰다. 둘은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 이송 문제와 유엔 정책을 놓고서도 대립각을 세웠다. 권력교체 시기가 다가오면서 떠나는 권력과 들어설 권력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4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형편없는 보장과 치솟는 보험료로 오바마케어는 재앙”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애리조나에서는 보험료가 116% 올랐고 자기부담금도 높아 현실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호응하듯 공화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전날 마이크 엔지 상원 예산위원장이 발의한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했기 때문에 2014년 도입된 오바마케어는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한발 더 나아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첫 번째 행정명령은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고 그것을 대체하는 것에 관한 내용”이라며 “그 일은 취임 첫날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 통과에 시간이 걸린다면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동원해서라도 신속히 오바마케어 폐기를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오바마케어는 저소득층의 건강보험 의무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보조금을 주는 제도로 현재 2100만명이 혜택을 보고 있다. 그러나 보험료가 급등하면서 가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재정 부담도 확대되면서 실패한 제도라는 비판이 많았다. 다만 대안 없이 곧바로 폐기할 경우 당장 수백만명이 보험을 상실하기 때문에 공화당 내부에서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에 오바마는 이날 의회를 방문해 민주당 지도부와 긴급회의를 갖고 오바마케어 폐지 저지 전략을 논의했다. 오바마는 회동에서 “공화당을 구해주지 말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보험 상실자들의 반발로 공화당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도 트위터에서 “오바마케어 재앙은 전적으로 민주당 책임”이라면서 “공화당은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트럼프는 지난 11월 백악관 회동 직후만 해도 오바마의 조언을 받아들여 “오바마케어의 일부 조항을 살리겠다”고 말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이후 오바마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비난하고,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에 제동을 거는 유엔 결의안을 방치하면서 두 사람의 반목은 거듭됐다. 친이스라엘 노선을 표방한 트럼프는 이에 반발해 미국의 유엔 분담금 대폭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는 또 오바마가 관타나모 수용소의 테러 용의자를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고 하자 “더 이상의 이감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오바마는 이 수용소를 완전히 폐쇄하려 했지만 의회에서 공화당 반대에 부닥쳐 뜻을 못 이뤘다. 대신 242명이던 수감자를 계속 외국으로 이감해 현재 59명만 남았고 임기 마지막까지 이감 작업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