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7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두 살인사건이 영화와 연극으로 제작돼 우리나라의 잘못된 사법체계를 고발한다. 작품으로 만들어진 실제 사건은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과 ‘완주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이다.
김태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재심’은 ‘약촌오거리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다음달 개봉하는 이 영화는 돈 없고 ‘빽’ 없는 변호사 준영(정우)과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강하늘)가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다. 배우 김해숙, 이동휘, 이경영, 한재영 등이 출연한다.
현우의 실제 주인공인 최모(32)씨는 지난해 11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15살이던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7분쯤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 사건 현장을 보고 신고했으나 택시기사 유모(당시 42세)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이후 10년을 교도소에서 살아야 했다.
수사 부실 논란이 심했던 이 사건은 최씨가 “강압수사 때문에 허위 자백했다”며 재심을 청구한 끝에 16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나라슈퍼 사건’은 연극으로 무대에 올랐다. 전주 창작극회는 지난달 연극 ‘귀신보다 무서운’을 제작해 선보였다. 곽병창(우석대) 교수가 극본을 썼고 조민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곽 교수는 “피해자인 ‘삼례 3인조’보다 진범의 마음 상태와 사죄를 하게 된 배경 등을 따라가는 데 중점을 뒀다”며 “죄를 고백한 진범보다는 가짜 범인을 만든 이들이 더 지탄받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담았다”고 밝혔다. 창작극회 박규현 대표는 5일 “앞으로 다른 지역과 대학에서의 공연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모(37)씨 등 ‘삼례 3인조’는 1999년 2월 6일 오전 4시쯤 나라슈퍼에 침입해 유모(당시 76세) 할머니 입을 테이프로 막아 숨지게 한 혐의로 각각 3∼6년간 징역을 살았다. 이들은 “강압수사 때문에 허위 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 지난해 10월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영화·연극으로 잘못된 사법체계 고발
입력 2017-01-05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