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어느 老목사 부부의 죽음

입력 2017-01-05 21:07

‘김포 한 교회 새벽 화재…목사 부부 등 3명 사망’.

한 해가 저무는 지난달 29일 안타까운 뉴스를 접했습니다. 분주한 연말 분위기인데다 화재가 많은 계절 때문인지 대다수 언론은 단신 기사로 짧게 처리했습니다. ‘어떤 교회일까, 돌아가신 목사님 내외는 어떤 분들일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지난 3일 불이 난 교회를 찾아가봤습니다.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있는 교회 앞에 다다르자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나사렛중앙교회’라고 쓰인 원형 입간판 뒤로 새까맣게 타버린 예배당 건물과 사택 일부가 드러났습니다.

교회 명칭을 단서 삼아 여기 저기 수소문해보니 사망자는 이영만(68) 목사님 내외와 이들이 여러 해 모시고 살던 70대 독거노인이었습니다. 사고 당일, 불이 나자 이 목사님의 사모는 다른 방에 자고 있던 아들을 먼저 깨워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이어 남편과 노인에게 알리려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가 결국 나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목사님은 군소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진리’의 현직 총회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6개월 동안 질병 때문에 부총회장이 직무를 대행하는 중이었습니다. 동료 목회자인 이상용(안산 삼천교회) 목사님은 “이 목사님은 마흔 넘어 늦깎이로 신학에 입문하셔서 김포에서 교회를 개척해 20년 넘게 섬기고 계셨다”면서 “교회 규모도 작고 교인들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장례식장에서는 성도들이 직접 상주로 나서서 섬길 정도로 헌신적이더라”고 전했습니다. 같은 교단의 나수흠(김포 임마누엘교회) 목사님은 “평소 건강과 목회 환경은 좋지 않았지만 하나님 앞에 바로 서려고 부단히 애쓰셨던 분”으로 이 목사님을 기억했습니다. 동료 목회자들은 “하나님께서 많이 힘들어하는 그를 위로하시려고 일찍 데려가신 것 같다”며 슬픔을 달랬습니다.

‘화재로 사망한 목사 부부’로 알려진 이 목사님 내외를 미션라이프는 이렇게 기억하고 싶습니다. ‘최선 다한 작은 교회 목회자 부부, 하나님 품에 안기다.’ 하늘나라에서 이들에게 큰 상이 있길 기도합니다.

김포=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삽화=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