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속의 진주’ 알리, EPL서 반짝반짝

입력 2017-01-06 05:03
토트넘 홋스퍼의 공격수 델레 알리가 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첼시와의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9분 헤딩슛으로 추가골을 터뜨리고 있다. AP뉴시스
델레 알리가 골을 넣은 뒤 기뻐하는 모습. AP뉴시스
만 20세의 ‘영건’ 델레 알리(토트넘 홋스퍼)가 돌고래처럼 솟아오를 때마다 골이 터졌다. 14연승을 노리던 첼시는 알리에게 헤딩골 두 방을 얻어맞고 무너졌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1(3부 리그)에서 뛰던 알리에겐 한 가지 신념이 있다. “자기가 최고라고 믿어서는 안 되지만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최고가 되고자 하는 일념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던 그는 마침내 세계 최고의 유망주로 우뚝 섰다.

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토트넘과 첼시의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경기 전 BBC와의 인터뷰에서 “알리는 최근 몇 년 동안 영국 축구에서 나온 가장 중요한 선수”라고 말했다. 알리는 포체티노의 칭찬에 화답이라도 하듯 전반 46분과 후반 9분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크로스를 헤딩골로 연결시켜 토트넘의 2대 0 승리를 이끌었다.

이번 시즌 13경기 연속 승리를 거둬 EPL 최대연승 기록 타이(14경기)를 코앞에 둔 첼시는 알리의 맹활약에 눈물을 삼켜야 했다. 11승6무2패(승점 42)를 기록한 토트넘은 3위로 올라섰다. 첼시는 이날 패했지만 16승1무2패(승점 49)로 여전히 1위를 유지했다.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에 해리 케인을 대신해 그라운드에 나섰다. 뭔가를 보여 주기엔 출전 시간이 부족했다.

최근 알리의 득점력은 절정에 달해 있다. 번리와의 17라운드에서 한 골을 뽑아낸 이후 이날까지 3경기 연속 멀티골을 터뜨렸다. 4경기에서 7골을 몰아친 것이다. 알리는 이번 시즌 19경기에서 10골을 기록 중이다.

나이지리아 이민 2세인 알리는 1996년 4월 11일 영국 브래드웰 교외의 밀턴 케인스에서 태어났다. 고향 팀인 MK 돈스의 아카데미에서 축구를 시작한 그는 15세 때부터 1군과 훈련했다. 첫 훈련부터 그는 과감하게 태클을 시도했다. 당시 KM 돈스의 칼 로빈슨 감독은 알리에 대해 “언제나 경기에서 존재감을 나타내던 선수였다”며 “볼을 가졌을 때 예측할 수 없는 플레이도 좋았지만 축구를 하는 태도가 훌륭했다. 그라운드 전체를 누비는 능력도 놀라웠다”고 말했다.

알리는 만 16세이던 2012-2013 시즌 3부 리그의 MK 돈스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2013-2014 시즌 리그 33경기 6골, 2014-2015시즌 39경기 16골로 뛰어난 활약을 펼친 그는 2015년 1월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그해 5월까지 MK 돈스에 임대된 그는 지난 시즌 토트넘에 합류해 선발 자리를 꿰차며 리그 33경기에서 10골 9도움을 올렸다. EPL 데뷔 시즌 놀라운 활약을 펼친 알리는 프로축구선수협회(PFA)가 선정한 2016년 올해의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알리는 겨울 이적시장을 앞두고 다른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이 알리를 영입하기 위해 5000만 파운드(약 736억원)의 이적료를 준비하고 있다.

알리는 경기에 임하는 태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경기장 위에선 숨을 수 없다. 볼을 소유하려 하고, 그걸 즐겨야 한다. 부담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경기가 안 풀리더라도 열심히 뛰고, 동료들에게 볼을 달라고 요구한다.” 바로 포체티노 감독이 원하는 해결사 모습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