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회복 발판 재기 노리는 조선업계… 삼성重, 올 업계 첫 1조5000억 해양플랜트 수주

입력 2017-01-05 17:26
지난 2일 삼성중공업의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부유식 해양 생산설비(FPU)가 건조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5일 BP사로부터 수주한 설비와 같은 기종이다.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이 올 들어 국내 조선업계 처음으로 1조5000억원짜리 해양플랜트를 수주했다. 업계를 통틀어 1년6개월 만의 해양플랜트 수주다. 삼성중공업은 3조원 규모 추가 수주도 앞두고 있다. 조선업계는 최근 국제유가 회복이 위기 탈출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영국 석유회사 BP가 발주한 매드독Ⅱ 프로젝트의 부유식 해양 생산설비(FPU)를 12억7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에 수주했다고 5일 밝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로 회복된 가운데 1년 반 만에 해양플랜트 수주에 성공한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며 “일감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저유가 여파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전무했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국내 업계에서 끊겼던 해양플랜트 수주를 유일하게 이어가게 됐다.

이번에 수주한 FPU는 미국 뉴올리언스 남쪽 300㎞ 해상 매드독 유전의 2단계 개발 사업에 투입된다. 자체 중량만 5만8000여t에 달하는 대형 설비다. 하루에 원유 11만 배럴, 천연가스 2500만ft를 생산할 수 있다. 납기는 2020년 8월이다.

삼성중공업은 이탈리아 최대 석유회사 ENI가 발주하는 모잠비크 코랄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 프로젝트 계약 체결도 앞두고 있다. 프랑스 테크닙, 일본 JGC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추진하는 사업으로 삼성중공업의 계약금액은 3조원(약 25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조선업계가 지난해부터 극심한 일감 기근을 겪는 배경에는 저유가 상황이 있다. 원유 가격이 내려가자 세계 주요 석유회사가 선박·플랜트 발주 등 투자를 줄였다. 이런 추세가 2014년 하반기부터 이어지면서 조선업체들은 일감이 바닥나는 사태를 맞게 됐다.

업계는 최근 국제유가 반등으로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특히 해양유전 개발 비용이 하락하면서 중장기 생산량 확대를 위한 석유회사들의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해양 유전 개발 비용은 기자재 가격 하락, 비용절감 노력, 기술 발전 등으로 2013년과 비교해 30% 줄었다. ‘오일 메이저’로 불리는 세계 주요 석유회사의 손익분기점도 20% 낮아졌다. 오일 메이저가 보유한 유전의 55%가 해양유전이다.

조선업계는 오일 메이저가 2020년 이후의 중장기 생산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부터 해양유전 개발 타당성 조사와 함께 해양플랜트 발주 준비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오일 메이저의 손익분기점 유가가 배럴당 평균 46달러까지 하락했다”며 “국제유가가 50∼60달러 수준을 유지하면 해양플랜트 발주는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노르웨이 국영 석유회사 스타토일 측의 소형 FLNG 등 다수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입찰이 올해 진행되는 등 해양시장 발주 재개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