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한교연 일부 인사, 연합 외면하고 고립 자초하나

입력 2017-01-04 21:15
‘편파보도 일삼는 국민일보 기자의 취재를 사양한다’는 문구가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연합 출입구 옆에 붙어있다.

한국교회의 대표교단인 ‘장·감·성·순·침’(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순복음, 침례교)이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출범을 전격 결의하고 조직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7대 교단장들은 오는 9일 한교총 출범 행사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핵심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대신, 기독교대한성결교회도 이런 변화의 물결에 동참했습니다. 이들 3개 교단은 한교연 교단파송 총대의 28.4%를 차지하고 교단분담금의 56.2%(1억8578만원)를 납부하는 ‘대주주’입니다. 그런데 한교연 본부 측은 “한교총이 제3의 단체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하고 있습니다.

어쩌다가 회원교단과 한교연 본부의 입장이 엇갈리게 된 것일까요. 한교연에 ‘지분’이 있다고 여기는 일부 인사들은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며 한국교회의 연합을 위한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당사자인 한기총과 한교연이 아닌 제3자가 개입해선 연합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고 합니다. 한교연의 내부사정을 잘 아는 목회자들은 “한교연이 연합에 반대하는 것은 전 대표회장들의 영향력이 축소될까 우려해서”라고 합니다. 게다가 교육부 인가 신학교를 지닌 23개 교단이 한국교회 연합을 주도할 때 무인가 신학교를 운영하는 군소교단이나 그 대표자들은 설 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이런 불만 때문인지 한교연 본부에서는 “가만히 있는 단체를 왜 자꾸 건드리는지 모르겠다” “한교연을 고사(枯死)시키려 한다”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한교연은 스스로의 존립이유를 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교연은 한국교회와 교단 위에 군림하는 게 아니라 섬기기 위한 조직입니다. 한교연에서 회원교단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요. 한교연을 만든 곳도, 해체할 수 있는 곳도 교단입니다. 한교연의 지도부가 회원교단들을 산하조직처럼 여긴다면 심각한 착각입니다.

한교연은 3일 한국교회의 연합 필요성을 적극 보도해온 국민일보에 대해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이 같은 취재통제는 홍재철 한기총 전 대표회장이 자신을 비판했던 언론사를 상대로 2011년 사용했던 방법입니다. 한기총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2012년 출범한 한교연이 같은 방법을 사용한 것입니다.

한교총에는 대표적 보수교단인 예장합동과 진보교단인 기감까지 교단차원에서 합류를 결정했습니다. 진보·보수라는 낡은 벽을 허문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교연 일부 인사들이 과거 패러다임에 묶여 교단들 위에 군림하려 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 고수하면 고립만 자초할 뿐입니다.

한국사회는 ‘국내 1대 종교’인 기독교에 바른 영적 가치와 한반도 통일시대에 걸맞는 사회통합의 가치를 제시해달라고 요구합니다. 더 이상 왜곡된 교회정치에 발목 잡혀 있을 순 없습니다.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