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2차 공개변론에서 증언키로 돼 있던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헌재의 연락을 받지 않고 거주지를 떠나 잠적했다. 휴대폰도 안 받는다. 헌재와 온 국민이 신속·공정한 탄핵심판 결론을 여러 차례 강조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전직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난이 크다. 청와대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었던 이들은 지난달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도 불출석했다.
증인출석요구서 송달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터라 헌재가 두 전직 비서관을 강제로 구인할 방법도 사실상 없다. 송달 불능이 되면 이들에 대해서는 새로 변론기일을 지정해야 한다. 그만큼 재판은 늦어지게 된다.
헌재 관계자는 4일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에게 증인출석요구서를 전달하려 했지만 현재까지 당사자 부재로 송달이 안 됐다”며 “휴대폰 연락처로도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소추위원 측이 증인신청서를 낼 때 기재한 두 전직 비서관의 주소를 실거주지로 파악하고 3일 직접 직원을 파견해 출석요구서를 전달하려 했지만 문이 잠겨 있고 사람이 없는 상태였다. 그에 앞서 지난 2일에는 우편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닿지 않았다.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3인방 중 2명인 이들의 증언은 탄핵소추 사유의 입증과 반박에서 핵심 역할을 할 인물로 꼽혔다. 출석요구서 송달이 되지 않은 이상 이들에게 증인 출석 의무는 없다.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에 불응하면 1년 이하 징역, 1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는 처벌 규정이 있지만, 이 역시 이들이 출석요구서를 받은 이후의 얘기다.
헌재는 기일 변경까지도 검토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들의 잠적은 헌재의 신속 결론 방침을 거스르고, 향후 탄핵심판에 나와야 할 다른 증인들에게도 나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사안의 중대성을 강변하며 여러 차례 협조를 당부했었다. 헌재는 공개변론 당일인 5일까지도 송달 노력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송달 불능을 최종적으로 확정 판단하는 시점은 이들이 출석하기로 예정됐던 5일 오후 2시다.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에 이어 오후 3시부터 증언키로 예정됐던 윤전추·이영선 현 청와대 행정관에게는 지난 2일 출석요구서가 송달됐다. 두 행정관 본인이 아닌 청와대의 동료 직원이 받았지만, 헌재는 이들의 송달 효력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간의 관심을 끄는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과 관련해서도 의미 있는 증언을 해주리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앞서 구속 기소된 정호성 전 비서관이 “윤전추·이영선 행정관은 언제나 관저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제2차 공개변론에도 불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오전 10시 박 대통령의 불출석을 확인하면 “피청구인 본인의 출석 없이 대리인만으로 변론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게 된다. 이어 소추위원 측과 박 대통령 측의 모두(冒頭)변론이 시작된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이재만·안봉근, 우병우 따라하기? 5일 탄핵심판 증언 앞두고 잠적
입력 2017-01-04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