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얼굴) 일본 총리가 4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일본 헌법 시행 70년이 되는 해로, 앞으로 70년을 내다보고 새로운 나라 만들기를 진행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의 숙원 사업인 ‘전쟁 가능한 나라로의 개헌’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개헌 동력 확보를 위한 중의원 조기 해산 및 총선 가능성은 일단 부인했다.
아베 총리는 중의원 해산 관련 질문에 “새해 들어 해산이라는 두 글자를 생각한 적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경제가 최우선”이라며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금융정책, 재정정책, 성장전략이란 3개의 화살을 계속 쏘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 승리로 개헌안 발의선을 확보했지만, 자위대의 전쟁 참가를 금지한 헌법 9조 개정에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아 여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차기 중의원 선거는 개헌 찬반론이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보여 아베 총리는 지지율을 더 끌어올린 뒤 선거에 나설 전망이다.
이날 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적극적인 외교를 강조했다. 그는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의 냉혹함이 증가하고 있다”며 “정유년을 맞아 닭의 눈처럼 세계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적극적인 외교를 올해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멀리 아프리카에서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으로 신년 휴일을 반납하며 땀 흘리는 자위대원들에 경의를 표한다”고 치하했다.
미에현 이세시에서 열린 회견에 앞서 아베 총리는 각료들과 함께 이세신궁을 참배했다. 연례행사로 5번째 참배다. 이세신궁은 일본 왕실의 조상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를 모시는 신사다.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와는 차이가 있지만, 야스쿠니 신사와 함께 과거 신정(神政) 체제의 총본산이어서 총리의 참배가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5월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G7 정상을 이세신궁으로 데려와 구경시켰다. 이날 제1야당 민진당의 렌호 대표도 별도로 참배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아베 “헌법 시행 70년… 새 나라 만들 때”
입력 2017-01-04 18:29 수정 2017-01-05 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