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신용위험 치솟아… 1분기 대출문 더 좁아진다

입력 2017-01-05 00:00




올해 1분기 은행권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은 대기업 중소기업 가계 등 가릴 것 없이 신용위험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고 평가했고, 특히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을 옥죌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 예고에 13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가 어느 때보다 강조된 탓이다.

한국은행은 4일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15개 은행을 비롯한 199개 금융기관의 여신업무 총괄책임자에게 대출태도와 신용위험, 대출수요 등을 설문한 결과다. 은행권에선 1분기 대출태도지수 전체 전망치가 -19를 기록했다. 대출태도 강화란 은행이 대출 총량을 줄이거나, 가산 금리를 높이거나, 대출 심사를 엄격히 하는 등의 조처로 대출을 옥죄는 걸 의미한다. 대출태도지수는 0을 기준으로 ±100까지 산출되며 마이너스(-)이면 대출태도 강화라고 답한 은행이 완화라는 답변보다 많았음을 가리킨다. 차주별로 보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지난해 4분기 -27에서 올해 1분기 -30으로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1월부터는 아파트 집단대출 잔금에 대해서도 원리금을 함께 갚는 등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은행이 평가한 경제주체별 신용위험지수 전망치도 급상승했다. 종합치가 40을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 44에 이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불경기로 인해 기업들의 신용위험에도 빨간불이 켜졌지만, 특히 가계의 신용위험이 전 분기보다 24포인트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한은은 가계 신용위험 증가의 원인으로 ‘부채 누증에 따른 취약계층의 재무건전성 악화와 금리 상승에 따른 채무상환 능력 악화’ 등을 꼽았다. 제2금융권에서도 신용카드사의 카드론 정도를 제외하고는 예외 없이 대출태도가 강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런 가운데 6대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증가 추세에 급브레이크를 밟은 것으로 파악됐다.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농협·기업 등 시중은행 6곳의 12월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80조8190억원으로 전달보다 1807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매달 2조5000억원 이상 늘어나던 추세가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부동산시장 비수기라는 이유도 있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강화 지침에 은행별로 연말 목표치 초과달성에 대한 조정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한은은 이날 ‘한국의 금융시장’ 개정판을 발간하며 글로벌 투자자의 국내 비중이 커져 국내외 금융시장 동조화 현상이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2000년 말 803억 달러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4.3% 수준이었는데, 2015년 말에는 5519억 달러로 GDP 비중이 40.1%까지 높아졌다고 밝혔다. 한은은 “자본유출입 급변동 위험을 제어하는 대응체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