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 이반 로저스(56·사진) EU본부 주재 영국대사가 3일(현지시간) 돌연 사임했다. 이로써 오는 3월 예정된 브렉시트 협상 준비과정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로저스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해 EU 지도부와의 협상 경험이 풍부한 외교관이다.
사임의 주된 이유는 본국 정치인들과의 견해차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저스는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경고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정치인들 때문에 좌절을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일간 가디언에 보낸 이메일에서 “(정치인들이) 근거 없는 주장과 혼란스러운 논리에 맞서고, 권력 앞에 진실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 강경파의 해임 요구도 사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이다. BBC방송은 로저스가 지난해 10월 영국 장관들과 가진 비공개 모임에서 브렉시트 협상이 끝나고 탈퇴까지 10년이 걸릴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강경파는 반발했고, 일부는 로저스가 영국의 입장보다 EU 지도자의 요구를 맞춰주기 급급하다면서 해임을 촉구하기도 했다.
로저스의 사임을 놓고 반응은 극명히 엇갈렸다. 극우 성향의 영국독립당(UKIP) 나이절 패라지 전 대표는 로저스를 “광적인 잔류론자”라고 저격하면서 더 많은 잔류파 외교관이 그를 따라서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반대로 전 재무부 사무차관 닉 맥퍼슨은 “거대한 손실”이라며 “EU 전문가를 의도적으로 무너뜨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英 EU대사 돌연 사임… 브렉시트 협상 어쩌나
입력 2017-01-04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