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선자 印 나가라” 맏형의 반격에도… 침묵하는 친박

입력 2017-01-04 18:22 수정 2017-01-04 21:14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단호한 표정으로 인적 청산과 쇄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인 비대위원장은 당을 떠나라”고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땀을 닦는 모습. 최종학 선임기자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이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거짓말쟁이 성직자’라 지칭하며 당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 리더십을 새로 세우자고 제안한 뒤 탈당 거부 입장도 밝혔다. 인 비대위원장의 인적 청산 방침에 대한 극렬 반발이다.

그러나 친박 핵심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은 “당을 위하겠다”며 탈당 의사를 밝혔다. 정우택 원내대표 등 지도부 전원과 홍문종 의원 등 다른 친박 인사 상당수는 자신의 거취를 인 위원장에게 맡기겠다는 ‘각서’도 썼다. 사실상 주류 친박계 상당수가 인 위원장 편으로 돌아서면서 서 의원이 고립상태에 빠졌다는 관측이다.

서 의원은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 위원장은 무법적이고 불법적인 일을 벌이며 당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독단과 독선으로 당을 이끌고, 협박과 공갈로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을 ‘전범 ABC’로 분류하고 정치적 할복자살을 강요하며 노예 취급하고 있다” 등의 독설도 퍼부었다. 그러면서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정통성 있는 진짜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며 “그날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인 위원장 취임 전 나눴던 밀담 내용도 폭로했다. 그는 “지난달 인 위원장과 만나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당을 떠나겠다. 다른 의원들은 죄가 없다’고 했더니 ‘알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다음날부터 탈당 압박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만두면(탈당하면) 대선 이후 노력해서 국회의장으로 모시겠다’는 제안도 했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이 회유와 압박으로 탈당을 종용했다는 주장이다. 서 의원은 “인 위원장 방침에 반발하는 의원이 많다”고도 했다.

그러나 정 부의장은 “죽으려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심정으로 책임정치를 보여주는 것이 도리”라며 탈당을 선언했다. 정 원내대표와 박맹우 사무총장 등 지도부 전원은 이날 주요 당직자 비공개 회의에서 자신들의 거취를 포함한 처분을 인 위원장에게 맡기겠다는 내용의 위임장을 제출했다. 홍 의원 등 친박 핵심 인사 일부와 박근혜정부에서 장관,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진박’ 인사 일부도 위임장 제출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영남권 친박 핵심 의원은 “명분이 약하다”며 서 의원의 기자회견을 극구 만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범친박계와 중도 성향 의원 대다수가 친박 인적 청산에 동의한 상황에서 ‘마지막 방어막’까지 흔들린 셈이다.

정 원내대표는 “인적 청산 등은 인 위원장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서 의원의 기자회견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서 의원의 ‘국회의장직 제안’ 주장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인 위원장은 정 부의장의 탈당 선언에 대해 “당을 살리려는 충정 어린 결심”이라고 평가한 뒤 탈당계 수리 보류를 지시했다. 청산 범위가 넓지 않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하며 서 의원 고립 전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친박 핵심 의원들 사이에선 서 의원이 무너질 경우 공격 포인트가 곧바로 다음 타깃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최경환 의원 측은 “백의종군 입장 그대로”라고 말했다.

글=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