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차기 대권 준비를 겨냥한 ‘인망(人望)정책포럼’이 지난해 5월부터 비밀리에 활동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단체는 관계 학계 등 오피니언 리더 200여명이 참여하며 지난달까지 8차례 정책 포럼을 열었다. 이수성·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김형오·정의화 전 국회의장, 한상대 전 검찰총장 등이 포럼에서 특강을 했다. 반 전 총장의 정책 준비 모임이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포럼 관계자는 4일 “‘인망’은 문자 그대로 좋은 희망을 담은 사람들의 모임이고 ‘사람이 희망’이란 뜻도 된다”고 말했다. 다른 인사는 “반 전 총장 귀국 이후를 대비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정책 토론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포럼 상임공동대표는 안홍준 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장청수 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 통일고문이다. 장 전 고문은 포럼 창립 과정에서 반 전 총장과 교류하며 물밑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포럼 측은 “장 전 고문은 반 전 총장과 20년 넘게 친분을 쌓은 사이”라고 전했다. 안 전 위원장은 19대 국회에서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내며 반 전 총장과 가까워졌다고 한다.
포럼은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한 달에 한 번 모두 8차례 서울 강남의 호텔에서 정책 포럼을 열었다. 주제는 한·미 외교, 중국의 한반도 정책,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북한 핵 위협, 사드 문제, 검찰 개혁 등이었다. 최근에는 차기 리더십이나 개헌 문제를 포함한 정치 개혁 등을 주제로 했다.
처음에는 50여명이 포럼에 참여했다. 현재는 차관 출신과 대학교수뿐 아니라 각 직능을 대표하는 인사 등 2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럼은 현직 정치인 참여를 최소화했고 기업인 배제 원칙도 세웠다.
포럼의 특징은 극도의 비밀 유지다. 포럼의 한 인사는 “특강 강사들에게 반 전 총장과 포럼의 관련성은 설명했지만 특강 내용 중 정파성 있는 발언이나 반기문의 ‘반’ 자도 나오지 않도록 특별히 부탁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 측은 “인망정책포럼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반 전 총장이 직접 관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포럼의 역할은 반 전 총장 귀국 후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곽 싱크탱크로서 정책 자문을 하거나 창당 등 정치 세력화 과정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의화 전 의장은 “나는 포럼과 직접 관계는 없다”면서도 “반 전 총장과 함께할 가능성은 열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김형오 전 의장은 “특강 요청을 받고 강의만 했을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반 전 총장은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총장 관저에서 한국 특파원들을 만나 “(어떤 정치세력과 연대할지는) 귀국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국민들의 말씀을 경청한 뒤 적당한 계기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후 관저를 떠나 미국 동부 애팔래치아 산맥 속에 있는 한 산장으로 향했다. 반 전 총장은 1주일 정도 산장에서 휴식을 취하며 대선 플랜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반 전 총장은 오는 12일 오후 5시30분(한국시간) 항공편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서울 마포구에 대선 준비를 위한 사무실을 낼 계획이다. 반 전 총장 팬클럽인 ‘반사모’는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새누리당 이주영 정진석 의원 등 1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대회 출범식을 연다.
김경택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ptyx@kmib.co.kr
[단독] ‘킹 만들기’ 반기문 포럼
입력 2017-01-04 17:39 수정 2017-01-04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