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인사이드] 폐지 줍는 노인 치고… 뻔뻔한 ‘음주뺑소니’

입력 2017-01-05 00:03

폐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던 60대 남성 A씨가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2주째 의식불명 상태다. 뺑소니범은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하고 있었다.

A씨는 지난달 21일 밤 서울 강동구 천호대로 6차선 도로의 가장자리에서 마주 오는 차를 바라보며 수레를 끌고 있었다. 수레에는 폐지가 담겨 있었다. 4차로를 달리던 흰색 SUV 차량이 갑자기 6차로로 달려왔다. 차에 정면으로 받힌 A씨는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사고를 낸 차는 잠시 멈추는 듯하더니 이내 사라졌다. 밤 9시50분쯤이어서 주변은 어두웠다.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인도에 있던 한 시민이 ‘쾅’하는 충격 소리를 듣고 다가가 A씨를 발견했다. 사고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길 건너 주유소의 아르바이트생도 사고 현장으로 뛰어왔다. 이들은 119에 신고해 A씨를 병원으로 이송하고 뺑소니 사고를 증언했다.

경찰은 사고 현장 인근에 있던 버스와 택시의 블랙박스를 확인, 사고 발생 이틀 만인 지난달 23일 오후 8시쯤 퇴근 중이던 회사원 박모(36)씨를 집 근처에서 붙잡았다.

박씨는 “쓰레기 더미만 쳤고 사람은 못 봤다”며 부인하다 결국 혐의를 시인했다. 회사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는데 음주운전이 탄로 날까 두려워 달아났다고 했다. 경찰이 위드마크 공식(뺑소니 등으로 운전자의 호흡이나 혈액으로 음주정도를 곧바로 잴 수 없을 때 혈중 알코올 농도가 평균치인 시간당 0.015%씩 감소하는 것으로 역추산해 범행이나 사고 당시 음주상태를 추정)을 적용해 보니 박씨의 사고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79%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박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글=김판 기자 pan@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