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내 친노(친노무현)와 비노 세력 간 감정 대립이 격해지고 있다. 발단은 3일 벌어졌던 ‘친노 적자’ 안희정 충남지사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비판과 민주당 공식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개헌 저지 보고서’였다.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의 ‘한명회’가 돼서 폐족에서 왕족으로 부활하기 위해 문 전 대표를 엄호하겠다는 모습이 한심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안 지사는 계파 패권 수장이자 대선 패배와 야권 분열의 책임이 있는 문 전 대표의 정계은퇴부터 주장하라”고도 했다. 전날 안 지사가 페이스북에 손 전 대표의 정계은퇴를 주장하자 친손학규계로 평가되는 김 비대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안 지사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것이다. 한명회는 조선시대 세조(수양대군)가 계유정난을 일으켜 조카인 단종을 밀어내고 왕위를 빼앗을 때 ‘음지의 모사꾼’으로 공을 세운 인물이다. 손 전 대표와 연대를 모색 중인 김 비대위원장은 “민주개혁세력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손 전 대표를 치켜세웠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도 가세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 한 의원이 자신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까지 공개하며 민주당 내 분란을 자극했다. 문자메시지는 ‘이번 문건을 계기로 민주당의 전체 최고위원 주요 당직자 중 친문 아닌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민주당의 민낯이 드러났다. 추미애 대표가 문재인의 아바타라는 사실도 드러났다’는 내용이었다. 주 원내대표는 문자메시지를 인용해 “추 대표는 문재인의 아바타”라고 힐난했다.
양 진영의 거친 설전은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에 대한 입장이 날것 그대로 묻어나온 결과다. 문 전 대표 측은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 움직임을 ‘명분 없는 이합집산’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문 전 대표 시절 혁신위원이었던 최인호 최고위원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3년짜리 대통령은 3년짜리 바지사장에 불과하다”며 “정치적 이합집산 목적으로 정략적인 무책임한 주장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임기 단축과 개헌을 통해 2020년 7공화국 건설을 주장하는 손 전 대표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고, 문 전 대표 지원사격 성격이 짙다. 문 전 대표도 경남지역 기자간담회에서 “국민들은 추운 겨울 땅바닥에 앉아 고생하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어떻게 하면 권력을 더 나눠서 다음 정권을 잡을까’ 하는 개헌 논의를 하고 있다”며 ‘개헌파’에게 날을 세웠다.
반면 문 전 대표 측을 제외한 야권 세력들은 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개편을 통해 문 전 대표의 대항마를 내세우려 한다. 문 전 대표 측이 개헌론을 ‘명분 없는 야합’으로 깎아내릴수록 이에 대한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민주연구원이 작성한 개헌 저지 보고서에 대한 비판이 당 안팎에서 계속되자 김용익 민주연구원장은 이날 당 지도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김 원장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비공개 회의에서 “원장으로서 지도·감독을 제대로 못 했으니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를 작성한 문병주 수석연구위원은 보직해임 후 대기발령 조치됐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정계개편 저지 vs 추진… 친노·비노 거칠어진 ‘野戰’
입력 2017-01-04 18:12 수정 2017-01-04 2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