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저지 vs 추진… 친노·비노 거칠어진 ‘野戰’

입력 2017-01-04 18:12 수정 2017-01-04 23:57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4일 추미애 대표가 국회에서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연령 18세 하향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주승용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야권 내 친노(친노무현)와 비노 세력 간 감정 대립이 격해지고 있다. 발단은 3일 벌어졌던 ‘친노 적자’ 안희정 충남지사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비판과 민주당 공식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개헌 저지 보고서’였다.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의 ‘한명회’가 돼서 폐족에서 왕족으로 부활하기 위해 문 전 대표를 엄호하겠다는 모습이 한심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안 지사는 계파 패권 수장이자 대선 패배와 야권 분열의 책임이 있는 문 전 대표의 정계은퇴부터 주장하라”고도 했다. 전날 안 지사가 페이스북에 손 전 대표의 정계은퇴를 주장하자 친손학규계로 평가되는 김 비대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안 지사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것이다. 한명회는 조선시대 세조(수양대군)가 계유정난을 일으켜 조카인 단종을 밀어내고 왕위를 빼앗을 때 ‘음지의 모사꾼’으로 공을 세운 인물이다. 손 전 대표와 연대를 모색 중인 김 비대위원장은 “민주개혁세력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손 전 대표를 치켜세웠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도 가세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 한 의원이 자신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까지 공개하며 민주당 내 분란을 자극했다. 문자메시지는 ‘이번 문건을 계기로 민주당의 전체 최고위원 주요 당직자 중 친문 아닌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민주당의 민낯이 드러났다. 추미애 대표가 문재인의 아바타라는 사실도 드러났다’는 내용이었다. 주 원내대표는 문자메시지를 인용해 “추 대표는 문재인의 아바타”라고 힐난했다.

양 진영의 거친 설전은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에 대한 입장이 날것 그대로 묻어나온 결과다. 문 전 대표 측은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 움직임을 ‘명분 없는 이합집산’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문 전 대표 시절 혁신위원이었던 최인호 최고위원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3년짜리 대통령은 3년짜리 바지사장에 불과하다”며 “정치적 이합집산 목적으로 정략적인 무책임한 주장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임기 단축과 개헌을 통해 2020년 7공화국 건설을 주장하는 손 전 대표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고, 문 전 대표 지원사격 성격이 짙다. 문 전 대표도 경남지역 기자간담회에서 “국민들은 추운 겨울 땅바닥에 앉아 고생하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어떻게 하면 권력을 더 나눠서 다음 정권을 잡을까’ 하는 개헌 논의를 하고 있다”며 ‘개헌파’에게 날을 세웠다.

반면 문 전 대표 측을 제외한 야권 세력들은 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개편을 통해 문 전 대표의 대항마를 내세우려 한다. 문 전 대표 측이 개헌론을 ‘명분 없는 야합’으로 깎아내릴수록 이에 대한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민주연구원이 작성한 개헌 저지 보고서에 대한 비판이 당 안팎에서 계속되자 김용익 민주연구원장은 이날 당 지도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김 원장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비공개 회의에서 “원장으로서 지도·감독을 제대로 못 했으니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를 작성한 문병주 수석연구위원은 보직해임 후 대기발령 조치됐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