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뉴-즐라탄의 ‘브로맨스’ 맨유서 절정을 향해 달린다

입력 2017-01-04 18:25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왼쪽)와 조세 무리뉴 감독이 지난해 8월 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잉글리시 FA 커뮤니티시 쉴드’ 레스터시티와의 경기 중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AP뉴시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6)와 조세 무리뉴(54) 감독은 2008-2009 시즌 인터 밀란(이탈리아)에서 처음 사제 관계를 맺었다. 즐라탄은 재능 있는 선수들을 모아 팀을 가족처럼 만든 무리뉴에게 반했다.

“인터 밀란에서 무리뉴와 함께했을 때, 나는 그를 위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었다.” 즐라탄은 2009년 7월 FC 바르셀로나(스페인)로 이적한 뒤에도 무리뉴에 대한 충성심을 이렇게 나타냈다.

즐라탄과 무리뉴는 이번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다시 만났다. 즐라탄은 시즌 개막 전 “내가 프리미어리그에 온 이유는 무리뉴 때문”이라고 단언했으며 무리뉴는 “즐라탄은 맨유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즐라탄이 나이 등으로 무리뉴 체제의 맨유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이를 불식하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즐라탄은 4일(한국시간) 현재 리그 13호 골을 기록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 2위에 올랐다. 선두 디에고 코스타(첼시·14골)와의 격차는 한 골밖에 되지 않는다.

즐라탄이 이번 시즌 EPL 득점왕에 오르면 최고령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한다. 시즌 18골을 기록 중인 즐라탄은 2골만 더 넣으면 10시즌 연속 20골이라는 대기록도 달성한다. 즐라탄의 활약으로 리그 6연승을 질주한 맨유는 리그 6위를 기록하며 후반기 반등을 노리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즐라탄의 성공 요인이 무리뉴 감독과의 ‘찰떡 호흡’에 있다고 분석한다. 둘은 모두 성격이 직설적이며 승부욕이 강하다. 자기중심적인 즐라탄은 최고가 되겠다는 불굴의 의지로 팀 동료들의 투혼을 이끌어 내는 인물이다. 바르셀로나에서 즐라탄과 한솥밥을 먹었던 마르크 판 보멀은 “경기에 출전하려고 그라운드에 나서는 즐라탄은 마치 검투사 같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무리뉴 역시 자기 의사를 거침없이 표현하는 ‘나쁜 남자’이자 독설가로 악명이 높다. 스스로를 ‘스페셜 원(특별한 1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자부심도 강하다. 스타들의 강한 성격은 자칫 팀워크를 망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들은 서로를 인정하고 상대의 실력을 높이 사면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뮤리뉴는 선수가 자신의 기술을 발전시키고 응용하는 법을 깨우치게 한다. FC 포르투에서 무리뉴를 감독으로 만난 데쿠는 “무리뉴는 선수들의 정신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몇 안 되는 감독”이라고 추켜세웠다. 즐라탄 역시 무리뉴를 다시 만나 진화의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