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인들 말 좀 가려서 하라

입력 2017-01-04 18:31 수정 2017-01-04 21:31
‘암 덩어리’ ‘똥을 싸놓고’ ‘정치고 나발이고’ ‘일본 같았으면 할복한다’. 뒷골목 깡패의 말이 아니다. 친박 지도부를 향한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말이다. 집권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국가와 당을 이 지경으로 내몰았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은 안다. 또한 백번 옳은 말이다. 당을 떠나는 것을 넘어 정계를 은퇴하라고 해도 과한 요구는 아니다. 하지만 감정 섞인 욕설이나 다름없다. 정치지도자의 발언이라니 민망하기 짝이 없다. 부끄럽다. 아직 인격 형성이 완성되지 않은 아들 딸 손자들이 듣고 배울까 겁난다. 집안에서도 이런 언사를 쓰는지 모르지만 목사 신분을 가진 정치지도자 언어치고는 상스럽다. 시정잡배와 뭐가 다른가.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의 대응도 오십보백보다. 그는 인 비대위원장을 ‘거짓말쟁이 성직자’ ‘독선자’라고 규정하고 “이제 당을 떠나라”고 말했다. 본질은 뒷전이고 말싸움만 이어진다.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김 비대위원장은 안희정 충남지사가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정계은퇴를 주장한 것과 관련, “안 지사의 언행을 보면 530년 전 한명회가 떠오른다. 문재인의 한명회가 돼 폐족에서 왕족으로 부활하기 위해 문 전 대표를 엄호하겠다는 모습이 한심스럽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과거 불법 대선자금 수수로 복역한 사실까지 거론했다. 비록 손 전 지사의 정계은퇴를 주장한 안 지사의 발언이 잘못됐다 하더라도 한명회 운운하고 감옥 갔다 온 과거를 언급한 김 비대위원장의 대응도 옳지는 않다.

정치인들의 막말이 논란이 된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얼마 전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국회 청문의원들은 ‘머리 굴리지 마라’ ‘닥치세요, 멍텅구리’ 등 막말과 조롱을 해 저질 청문회라는 지적과 함께 청문회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심지어 새누리당을 탈당 뒤 개혁보수신당으로 간 하태경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촛불에 타 죽고 싶은가”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욕을 먹더라도 주목 받는 게 좋다는 것인가. 볼썽사납고 저질스럽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말에도 언격(言格)이 있다. 아무리 정치판의 언어라고 해도 너무 품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