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안희정의 ‘체급’키우기?

입력 2017-01-04 18:10

안희정(사진) 충남지사가 4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비판했다. 3일에는 손학규 전 민주당 상임고문에게 “정계를 떠나 달라”고 요구했다. 주요 대선주자들을 연 이틀 비판한 셈이다. 정책 메시지로 일관했던 온건 기조에서 벗어나 대권주자에 걸맞은 인지도·화제성 등 ‘체급’을 갖추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안 지사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을 겨냥해 “정책적 비전과 철학이 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와 우리 국민이 반 총장을 분단국가에서 배출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응원했지만 10년 동안 남북분단과 아시아지역 긴장 해소에 무슨 역할을 했느냐”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안 전 대표에게는 “초심으로 돌아가라. 지금 누가 밉다고 자꾸 움직이다 보면 그 미움 가지고는 절대 좋은 정치가 안 된다”고 훈수를 뒀다.

안 지사의 비판 행보는 후발주자로서 상대적으로 옅은 대중들의 관심을 제고하려는 측면이 크다. 대권주자임에도 당 지지자 외에 전국적 인지도·지지도가 부족한 상황이다. 유력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휘발성이 크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어서 더불어민주당 내 대선후보 경선이 본격화되기 어렵다. 때문에 안 지사의 ‘전방위 공세’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안 지사 측은 “정당정치와 보편적 상식이라는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정치인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쓴소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지사도 이날 “(반 전 총장 등이) 원칙과 상식, 신의에 어긋난 정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지사를 비롯해 잠재적 대선 주자들의 충돌이 잦아지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조기대선이 실시될 경우 후보 검증 기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후보 간 비판은 유권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는 효과도 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탄핵에서 대선으로 국면이 전환되기 전에는 각 주자들의 개인기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더 치열하게 이슈를 만들어내는 게 당과 경선 흥행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