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출항도 전에… 김인식號 기우뚱

입력 2017-01-05 00:01

한국 야구대표팀이 역대 최약체 전력으로 올 3월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서는 게 현실화됐다. 강정호(31·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비롯해 무려 5명의 정상급 선수가 공식적으로 대표팀 명단에서 빠졌다. 다른 선수들도 갖가지 부상과 소속팀 문제로 합류를 망설이고 있다. 김인식호가 출항하기도 전에 난파위기에 빠졌다.

WBC 한국 대표팀은 4일 서울 강남구 KBO회관에서 회의를 갖고 대표팀 명단을 논의했다. 대표팀은 28인 엔트리 명단에서 강정호와 강민호(31·롯데 자이언츠), 김광현(29·SK 와이번스) 등 3명을 제외했다. 김인식 감독은 “강정호는 아시다시피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정호는 지난해 12월 음주 뺑소니 사고로 물의를 일으켰다. 경찰은 이날 강정호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대표팀은 강정호와 강민호의 대체 선수로 넥센 히어로즈 김하성(22)과 NC 다이노스 김태군(28)을 28명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김광현의 대체 선수로 거론되는 류제국(34·LG)은 어깨와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아 회복 훈련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일단 대표팀 합류가 보류됐다.

대표팀은 또 50인 예비 엔트리 명단에서 김주찬(36·KIA 타이거즈)과 이재원(28·SK)을 빼는 대신 삼성 라이온즈 이지영(31)과 넥센 박동원(27), LG 트윈스 오지환(27), 두산 베어스 박건우(27)를 추가로 선발했다.

해외 원정도박 파문을 벌인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합류 여부는 이번에도 결정나지 않았다. 김 감독은 “회의에서 마무리로 오승환을 뽑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양현종(29·KIA 타이거즈)의 상태를 지켜봐야 해서 투수 엔트리는 최종 결론이 안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감독이 언급한 양현종의 몸 상태 문제는 대표팀과 소속팀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데 따른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김 감독은 “양현종의 트레이너 쪽에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재활중이라는 소식을 전해왔다”며 “양현종은 슬로 스타터이기도 하다”고 말해 양현종의 WBC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일각에서 양현종이 몸 만들기를 위해 WBC에서 빠지기 위한 핑계를 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다.

KIA 측은 그러나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 양현종이 지난해 200이닝 이상을 던져 지금은 쉬면서 몸을 추스르는 과정이라고 전달했는데 대표팀에서 이를 재활이라고 잘못 표현했다”고 해명했다. 양현종 본인도 WBC에 나가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 구단의 허가가 필요한 메이저리거 추신수(35·텍사스 레인저스)와 김현수(29·볼티모어 오리올스) 역시 대표팀 합류가 힘든 상황이다. 김 감독은 “추신수는 본인은 나가고 싶은데 구단이 제동을 걸고 있다. 무게중심이 (불참을 원하는) 구단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김현수에 대해서도 “본인은 출전 의지가 강하지만 구단이 말리고 있는 모양”이라며 “김현수도 구단의 의견을 듣지 않아 불이익을 얻을까봐 우려하는 듯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야구계 관계자는 “미국 등 WBC 참가국들은 최상의 전력을 꾸리고 있는 데 우리는 1.5군 수준으로 굳혀지는 것 같다”며 “자칫 4년전 예선탈락의 악몽이 반복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