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 “난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안 오르더라고” [인터뷰]

입력 2017-01-05 00:01
매 작품마다 특유의 편안한 웃음을 선사하는 배우 차태현. 그는 “죽을 때까지 연기하는 게 최고의 목표”라고 말했다. NEW 제공

기어코 ‘차태현 장르’라는 말이 생겨났다. ‘엽기적인 그녀’(2001)부터 ‘과속스캔들’(2008)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2012) ‘슬로우 비디오’(2014) 등으로 이어진 그의 필모그래피가 이 한 가지로 관통된다. 유쾌하고 따뜻한 웃음. 이는 배우 차태현(41)이 지닌 독보적 강점이자 특출한 능력이다.

4일 개봉한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역시 차태현 장르에 속한다. 불의의 사고로 생명이 위독해진 작곡가 이형(차태현)에게 타인의 삶을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임신한 여고생(김윤혜), 이혼 위기의 형사(성동일), 노총각 교사(배성우), 치매 할머니(선우용여)와 차례로 영혼이 뒤바뀌며 그들의 ‘사랑의 큐피드’ 역할을 해준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차태현 장르라는 말에 정말 기분이 좋더라. 최고의 찬사가 아닌가 싶다”며 함박미소를 지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영화는 가수 유재하(1962∼1987)에 대한 추모이기도 하다. 그의 대표곡 ‘사랑하기 때문에’ ‘지난날’이 극 중간 중간 흐른다. 차태현이 작품에 끌린 이유도 유재하 음악을 토대로 한 기획 때문이었다.

“저는 과한 코미디를 선호하지 않아요. 상황 자체가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좋아하죠. 자연스럽게 웃음과 감동을 함께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그런 작품을 만드는 게 쉽진 않지만요.”

차태현은 여배우와의 호흡이 유독 좋다. 전지현 송혜교 하지원 박보영 등 누구와 함께라도 찰떡같은 ‘케미’를 만들어낸다. “그들이 절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유부남이라서 그런가(웃음).”

이번 작품에선 여고생 스컬리 역의 김유정, 여자친구 현경 역의 서현진과 함께했다. 앞서 ‘구르미 그린 달빛’(KBS2)과 ‘또! 오해영’(tvN)으로 주가가 치솟은 두 사람 덕에 천군만마를 얻은 듯하다. 차태현은 “한 명도 아니고 둘씩이나,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여배우 복으로 따지면 이 이상은 없지 않나”라고 웃었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주지홍 감독의 두 번째 상업 장편이다. ‘과속스캔들’(감독 강형철) ‘헬로우 고스트’(2010·감독 김영탁) 등에서 그랬듯 차태현은 또 한 번 신인감독의 손을 잡아줬다. “성공을 시켜야 되는데 이제는 (흥행)타율이 많이 떨어졌다”고 멋쩍어하던 그는 “그럼에도 (신인에게 기회를 주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무슨 남우주연상을 받지 않는 한, 내 목표는 감독상이나 신인상을 타게 하는 거예요. 그럼 내가 상 받은 것처럼 기분 좋잖아요. 어차피 나는 후보에도 잘 안 오르더라고(웃음).”

연기 변신에 대한 의지와 욕심은 늘 충만하다. 차태현은 “배우로서 당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보는 분들이 덜 지겨워하실 수 있는 방법은 뭘까 항상 고민한다. ‘1박2일’(KBS2) 등 예능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휴먼 코미디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이 들어오는 편이에요. 점점 장르를 넓혀보려 하고 있죠. 차기작 ‘신과 함께’도 꽤 새로운 시도거든요. 색다르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