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객석 만원·사인 행렬… 조성진 매력에 푹∼

입력 2017-01-05 00:01
3일 밤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인회에서 팬들이 긴 줄을 늘어서 있다. 롯데콘서트홀 제공
조성진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모습. 롯데콘서트홀 제공
과독주회에서 쇼팽 발라드 전곡 등을 연주하고 있는 모습. 롯데콘서트홀 제공
피아니스트 조성진(23)의 음악 여정은 어디로 이어질까. 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독주회는 그의 무한한 성장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이날 연주회는 2015년 10월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그가 한국에서 처음 여는 독주회였다. 지난해 쇼팽 콩쿠르 수상자 갈라 콘서트, 서울시향과의 협연 무대와 달리 그의 연주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만큼 음악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실제로 지난 11월 롯데콘서트홀이 티켓을 판매하자마자 순식간에 매진됐다.

롯데콘서트홀을 가득 채운 팬들은 조성진이 등장하자마자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다. 아이돌가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열기에도 조성진은 특유의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건반 위를 질주하며 테크닉의 절정을 보여주는 그에게 관객은 압도됐다.

조성진은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 1번과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제19번, 쇼팽의 발라드 1∼4번을 선보였다. 조성진이 2016-2017시즌 독주회에서 연주하고 있는 레퍼토리다. 첫 국내 독주회라는 부담 때문인지 연주에 다소 힘이 들어가 있었지만 예전보다 훨씬 강렬하고 대범해졌다.

음악 팬들은 1부부터 예상을 깨는 조성진의 타건에 의아했을 것 같다. 그가 들려주는 베르크와 슈베르트는 선율이 강조됐고 드라마틱해졌기 때문이다. 흔히 관객이 베르크에게서 기대하는 불안정한 몽환성, 슈베르트에서 기대하는 유려한 서정성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특히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9번은 여백을 기다리지 않고 휘몰아치는 연주로 관객에게 훅 다가왔다. 조성진이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2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쇼팽의 발라드 1∼4번은 최근 나온 같은 곡이 실린 음반 ‘쇼팽 :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발라드’(도이치 그라모폰)과도 분위기가 매우 달랐다. 음반 속에서 조성진은 정평이 난 ‘정확한 타건과 명확한 연주’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날은 정확하지 않은 음 같은 작은 실수는 무시한 채 자신만의 실험에 몰두했다. 그가 만들어낸 쇼팽의 발라드 1∼4번은 예전보다 훨씬 구조적이 됐고 선율은 생동감을 띠었다.

앙코르 곡으로 들려준 드뷔시의 ‘달빛’과 브람스 헝가리 무곡 1번 연주 역시 선율이 강조된 드라마틱한 연주로 공연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대형 피아니스트로 성장해갈 조성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무대였다. 다가올 그의 전성기가 기다려진다.

공연장 밖 분위기도 뜨거웠다. ‘신드롬’에 가까운 조성진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치열한 예매 전쟁에서 승리한 관객들은 공연 1∼2시간 전부터 롯데콘서트홀을 찾아 사진을 찍는 등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음반과 메모지, 달력 등 기념품은 순식간에 팔려나갔고, 준비된 프로그램북 1000부가 모두 소진되면서 롯데콘서트홀은 추가로 700부를 긴급 제작하기도 했다.

관객들은 공연 후에도 바로 귀가하지 않고 600여명이 그의 사인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섰다. 원래는 시간제한을 둘 예정이었지만 조성진은 오후 11시를 넘길 때까지 남아 기다리던 모든 팬들에게 사인을 해줬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